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는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이해하기 힘들다. 국가와 군의 핵심시설 공사가 14개월이나 중단됐는데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불법을 추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불법행위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면책해준 나쁜 선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엄정한 법 집행뿐 아니라 사법행정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포장해도 이번 결정은 불법을 눈감아주고 법치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불법파업·시위로 국가나 기업이 막대한 손해를 입어도 ‘대승적 차원’에서 모두 용서해야 할 판이다. 더 큰 문제는 해군이 시공사에 물어준 공사지연 손실금 275억원을 방위력개선비에서 충당한 점이다. 방위력개선비는 무기 획득과 군사력 건설 등에 사용해야 하는 예산이다. 국민 혈세를 불법행위 무마에 쓴 꼴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데도 반대시위는 지난해 2월 기지 준공 이후에도 반성이나 사과 없이 계속되고 있다. 소송철회에도 반대시위가 완전히 중단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이들에게 책임을 엄하게 물어도 시원찮을 판에 구상권을 포기하겠다니 한참 잘못된 판단이다. 구상권 철회와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은 대통령 공약이라는 점이 감안됐다는 정부의 설명 역시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공약이라도 전체 국민의 뜻에 반하고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다면 솎아내는 게 당연하다. 국민통합이 아닌 또 다른 반목의 불씨가 될 구상권 철회는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