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제2의 인터넷’으로 불리는 블록체인에 바탕을 둔 ‘비트코인’ 투기 광풍에 휩쓸려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화수단이 화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교환매매·가치저장·가치척도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이 중 첫 번째 기능인 가상의 공간에서의 교환매매 기능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두 번째, 세 번째 기능은 지금까지 보여준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 본래의 목적이었던 교환매매의 기능마저도 현재 과열되는 투기열풍에 의해 퇴색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가상통화 시장가치가 올라가는 것과 가상통화의 사회적 가치와는 상관이 없다는 논리로 비트코인의 사회적 가치를 일축한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 고위험·고수익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중의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쏠리고 있는 현상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상화폐가 탈세와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시급하다며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와 지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성장 중인 블록체인 시장에 정부의 개입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고 강력한 정부의 제재만이 블록체인이 현재 떠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국가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제재가 가해질 텐데 각기 다른 제재를 통해 블록체인 시장을 통합적으로 다루기도 어렵다.
특히 비트코인의 ‘가격’이 아닌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바탕이 된 블록체인 기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은 은행처럼 하나의 중앙 서버가 모든 정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가 거래 장부 사본을 공유하는 ‘분산 장부’ 방식으로 작동한다. 개인정보나 거래 명세 등을 일종의 블랙박스에 담아 관리하는 것이다. 정부나 은행 등 거래의 중간 관리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면 우버와 같은 최신 비즈니스 모델도 구식이 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10년 내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에 저장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블록체인을 낡은 금융 시스템을 포함해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제2의 산업혁명’이고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이라 주장한다. 이 같은 정보의 분권화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예쁜 꽃 한 송이에 열광하지 말고 그 꽃이 만개하도록 영양분을 제공한 기름진 토양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설사 비트코인의 버블이 꺼진다 해도 기본적인 기술이 있고 이 기술이 장기적인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작용할 것이다. 이 점이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성급하고 무분별한 칼날을 빼어 들기보다는 오히려 업계에 건전한 생태계가 형성되도록 블록체인과 관련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실무와 이론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