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3일 새벽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객관적 증거자료가 대체로 수집됐고 주요 혐의에 대한 역할과 관여 정도를 둘러싸고 피의자가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기획관은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지시를 국방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MB 수사의 핵심 관문으로 꼽혔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장관에 이어 김 전 기획관의 신병마저 확보하지 못하면서 기존 수사 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최 의원을 겨냥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 수수 의혹도 그의 체포동의안 국회 의결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빨라야 이달 말에야 가능해졌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오는 22일 본회의에 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보고하기로 했지만 정작 표결이 이뤄져야 하는 23일 본회의 개최에는 합의하지 않았다.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는데 12월 임시국회가 23일 종료되는 만큼 표결하려면 23일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게다가 법원이 ‘뇌물 수수 의혹’을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하면서 검찰은 그를 불구속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두 차례나 소환 조사에 불응한 터라 수사가 늦춰진 상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적폐수사를 이달 중 마무리한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이미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터라 검찰 안팎에서는 빨라야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전에야 끝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즉각 반발하는 이유도 현재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원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전 전 수석,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속 수사에 실패하자 검찰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발했다. 특히 “뇌물 범행이 의심되는데 다툴 여지가 있다는 문구는 그간 본적이 없는 기각 사유”라면서 “당사자가 100% 자백하거나 폐쇄회로(CC)TV가 녹화되는 등 아주 특수한 사정이 아닌 한 다툼이 없는 사건은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법원을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