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세를 도입한 곳이 케이프타운만은 아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산업화에 따른 수자원 고갈을 막기 위한 비상수단은 지구촌 곳곳에서 마련되고 있다. 영국 버밍엄은 지난해 11월 월 3만4,000ℓ(8,977갤런) 이상을 쓴 주민들에게 추가 사용량 요금을 110% 올렸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도 2015년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831ℓ당 75센트와 1달러30센트의 요금을 추가로 징수했다.
물을 확보하기 위한 사투 앞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도 작아진다. 1998년 5월 아프리카의 소국가 레소토가 총선 결과를 둘러싸고 내란 위기에 처했다. 레소토는 남아공에서 매년 3,500만달러를 받고 카체(Katse)댐에서 초당 30㎥의 물을 공급하는 나라. 남아공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었다.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은 댐을 지키기 위해 600~800명 규모의 군대를 파병했고 폭동과 반란은 진압됐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을 막기 위한 대열에 합류했다. 행정안전부는 12일 가뭄 예보·경보시 물을 전년보다 많이 사용하면 요금을 추가로 징수하고 절감하면 깎아주는 ‘가뭄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누진요금제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먼 나라 일로만 보였던 가뭄세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물 부족 국가인 줄 알면서도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쓴 대가다. 그래도 남아공처럼 ‘데이 제로’의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