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UPI(USS-POSCO Industries)는 올해 최소 120억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2억원이었다. 지난해 4·4분기 22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후 한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PI는 지난 1986년 포스코와 미국 철강회사인 US스틸이 각각 50%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포스코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열연강판을 들여와 냉연·아연도금·주석도금 등의 철강재를 연간 100만톤가량 생산해왔다.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고강도 통상제재가 뼈아팠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9월 포스코에서 수출하는 열연 제품에 61%에 달하는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고율의 관세 탓에 지난해 3·4분기부터 포스코산 제품을 들여오지 못하자 UPI는 US스틸에서 열연강판을 조달했다. 하지만 포스코 제품보다 20~30% 웃돈을 줘야 하다 보니 원가율이 대폭 상승해 결국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미 정부의 통상제재로 고통을 받는 것은 국내 업체만이 아니었다. 포스코는 지난 5월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한국산 철강재를 향한 통상제재로 미국도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지적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3·4분기까지 2,4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던 미국 현지 합작사 UPI가 통상제재 이후 2,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며 “사업 지속성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추가로 실적이 나빠지면 600여명의 현지 고용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제 발등 찍기는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미 상무부는 한국산 선재에 매겼던 10.09%의 예비관세를 40.8%로 4배 가까이 올렸다. 업계에선 내년 1월 예비판정대로 최종 결과가 나오면 선재를 수출하는 국내 철강업체뿐만 아니라 미국의 제조업체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자동차용 부품 제조업체는 선재의 하위 품목인 고급강을 사서 가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과 달리 미국 현지에는 고급강을 만들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곳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부품 제조업체들은 포스코의 고급강 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를 살 수밖에 없어 관세로 인한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다. 아울러 9월 포스코가 260억원을 투자해 만든 미국 인디애나주의 선재 가공센터의 고용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무차별적인 통상제재가 자신을 옥죌 수 있다는 식으로 미 당국을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현지 공장이 폐쇄되기라도 하면 제조업 부활을 내세웠던 트럼프 정부가 오히려 이들의 일자리 빼앗는 격이 된다. 철강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일부 업체가 피해를 보더라도 한국산 철강재를 쓸어내 자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며 “당국의 조치를 완전히 무력화할 순 없겠지만 일부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자신들의 손해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철강 업계뿐만 아니라 미국의 통상제재를 맞닥뜨린 다른 국내 업체들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려 하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공장 일자리 감소 문제와 미국 소비자 권리 침해를 거론하며 대응해왔다. ITC가 결국 120만대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 대해 관세를 매기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애초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물리자고 요구한 월풀의 주장을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부당한 제재를 가했을 때 중재기관에 제소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며 “판결 전까지 미국 정부에 통상 제재의 부작용을 알리는 한편 미국 내에서도 우리 입장에 공감하는 우호세력을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