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 문장까지 불러 준 최순실

음성파일 법정서 재생

최순실씨.
법정 안에 울려 퍼진 최순실씨의 목소리는 톤이 높으면서도 단호했다. 대통령이 언제 수석 비서관 회의를 소집해야 할지, 어떤 행사를 방문해야 할지, 국회에는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결정하는 최씨의 말투는 거침이 없었다. 반면 민간인 최씨의 말을 듣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한없이 공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의 휴대폰 통화 내용을 담은 음성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해당 파일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려고 하자 “(순방 가기 전에) 한번 이렇게 부탁한다고 거론하고는 가셔야 할 것 같은데”라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를 열 것을 주문했다. 이는 2013년 10월31일 그대로 실현됐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수석 비서관회의 발언 문구를 직접 정 전 비서관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최씨는 특히 ‘내가’라는 표현을 써가며 “‘내가 요구했음에도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한테 이게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한번 하고요”라고 불러주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자료가 왔는데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어떡하죠”라며 최씨 의견을 재촉하기도 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서당개 삼년에 풍월한다’는 속담을 들며 “최씨는 대통령을 압박한 게 아니며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아이디어대로 국정 기조를 정했다는 건 그를 당선시킨 1,200만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