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장쩡웨이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한중 경제협력 ‘베이징 구상’을 보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묻어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경제 보복에서 보듯 한중 협력에 ‘시스템’이 있어야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문 대통령은 베이징 댜오위타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3대 원칙으로 우선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기업 간 정규적인 회의 채널 등을 만들어 사드 사태 등에도 소통창구는 열어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두 번째 원칙으로 미래지향적 협력을 제시했다. 경협을 양국이 지향하는 신산업으로 확대하고 경쟁산업의 제3국 공동진출 등 상생의 협력구조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세번째 원칙으로는 사람중심 협력을 내세웠다. 양국의 문화·인적 교류를 확대해 서로 신뢰하는 친구가 되자는 게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인프라 사업에 대한 제3국 공동진출도 필요하다”며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신북방·남방정책을 통해 한중 기업 간 장점을 결합한 제3국 공동진출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에너지 분야의 협력도 주문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같은 초국가적 광역 전력망을 연계하고 에너지 신기술 공동개발도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 밖에 전통 제조업에 치우친 교역을 프리미엄 소비재,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고 신산업 협력 강화, 벤처 및 창업 분야 협력, 양국 인적 교류 확대도 8가지 방향에 포함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중국과의 거리 좁히기에도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마음으로 협력하면 양국이 함께 성장해나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동주공제란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물을 건너는 등 고락을 함께한다는 사자성어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번영은 한국에도 도움이 되고 한국의 번영은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 양국은 함께 번영해야 할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방중 전 정독한 것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의 19차 당대회 연설을 인용하며 한중 국가정책의 공통점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은 연설에서 인민이 정치의 중심임을 분명히 하고 샤오캉 사회 건설을 통해 중국의 꿈을 실현할 것을 역설했다”며 “한국도 사람중심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포럼에 참석한 중국 경제정책 ‘지휘자’ 격인 장가오리 국무부 상무부총리는 “한국과 함께 일대일로 협력 틀을 연계해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지지할 것”이라며 “경제·무역협력을 강화해 더 많은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답했다. /베이징=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