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자영업자가 개인사업자대출 명목으로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총 6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시장 호조에 부동산·임대업 대출이 급증하면서 1년 사이 42.3%나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부동산경기 양상과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관련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14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상호금융조합·저축은행·보험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개인사업자대출은 6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개인사업자대출(282조원)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42.3%로 은행(10.1%)의 4배 수준이었다. 비은행의 다른 대출과 비교해도 가장 빨리 늘어났다. 비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17.2%, 가계대출 증가율은 7.6%였다.
이에 따라 비은행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4.4%에서 올해 9월말 27.5%로 3.1%포인트 커졌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9%에서 9.6%로 상승했다.
이같은 급증세는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이 견인했다. 비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중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은 9월말 전년동기대비 67% 증가했다. 그 결과 전체 개인사업자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말 27.6%에서 9월말 31.6%로 4%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음식·숙박업(9.4%)은 4.3%포인트, 건설업(8.1%)과 운수업(6.1%)도 각각 1.1%포인트, 0.5%포인트씩 비중이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은 다른 업종 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낮아 당장 부실 우려는 크지 않다. 9월말 기준 부동산 및 임대업 연체율은 0.4%에 불과해 도소매업(2.6%), 음식숙박업(3.8%)에 비해 크게 낮았다. 전반적인 비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2014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그럼에도 한은은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4년 이후 부동산시장 호황을 타고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이 급증했지만 향후 부동산경기가 식을 경우 관련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수익성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 증가세가 더 빨라졌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은행권 주담대와 가계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개인사업자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가계대출 취급이 어려워진 금융기관들로서도 수익을 내기 위해 이전보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릴 유인이 있다.
한은은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음식숙박업에 대해서도 “ 비교적 사업기간이 짧고 사업규모가 영세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연체율이 여타 업종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금리 상승시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나면서 관련 대출의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