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마는 국내에서 최초로 마스트 투영 이미지 경화방식(DLP) 3D 프린터를 개발한 회사다. DLP는 액체 상태인 광경화성 수지에 조형하려는 모양을 빔프로젝터를 투사, 그대로 굳히면서 적층하는 인쇄방식이다.
이병극(사진) 캐리마 대표는 지난 2005년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3D프린팅 시장에 뛰어들어 DLP 3D 프린터인 마스터(Master)를 비롯해 주얼리용 3D프린터 IM 시리즈와 산업용 DM시리즈,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3D프린팅 기술인 C-CAT 개발하며 국내 3D프린터 제조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DLP 기반인 C-CAT 기술의 경우 1시간에 60cm 크기의 조형물을 찍어낼 수 있는데, 이 분야의 선도업체인 미국 카본3D에 비해 출력속도가 약 30% 빠르다.
캐리마의 DLP 기반 3D프린터 제조 및 프린팅 기술은 전 세계에 내놔도 뒤지지 않지만 이 대표는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제품의 가치를 더해주는 디자인이다.
최근 3D 프린터는 전문가 전용 제품에서 범용 제품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지만 디자인은 여전히 딱딱한 장비의 느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캐리마도 기존 프린터 성능보다 25배 향상된 적층 정밀 기술을 보유하고서도 디자인 분야만큼은 차별화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때 이 대표가 주목한 것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제조업 소프트파워 강화 지원사업’이었다.
캐리마는 이 사업을 통해 디자인 전문기업을 소개받고 디자인 관련 개발 기간과 연구 비용을 단축했다. 3D프린터 외부 디자인에 불필요한 부문을 과감히 배제했고,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성능과 안전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심플하면서도 편의성이 극대화된 디자인으로 제품 사업화에도 성공했다.
이 대표는 “3D프린터 관련 우수한 적층 정밀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중소기업의 특성상 디자인 관련 재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이번 지원을 통해 디자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광민 캐리마 연구실장은 “국가간, 기업간의 기술력과 가격 격차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디자인 분야”라며 “더욱 많은 중소기업이 소프트파워 지원 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캐리마의 사례처럼 제조업 소프트파워 강화지원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이 접목하기 어려웠던 디자인 분야에 전문기업과의 협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5~2016년 디자인 분야 지원을 받은 업체 9곳 중 5곳이 제품 사업화에 성공했다.
KIAT 관계자는 “소프트파워 전략 중에서 디자인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중소기업에 유리하다”며 “단순히 외관 제품을 예쁘게 하는 것만이 아닌 소비자 환경변화에 세밀하게 대응하기 위해 제품기획 단계부터 기술과 디자인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