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깨끗하고 안전한 전원구성을 위해 나름 현실적 여건을 고려했다지만 ‘탈원전·탈석탄’ 공약에 꿰맞추려고 곳곳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 전력수요를 100.5GW로 7차 당시의 수요전망에 비해 12.7GW(11%)나 하향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률을 2.4%로 낮춰 잡고 전기차 보급 등 4차 산업혁명 수요도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앞장서 잠재성장률 달성마저 포기하겠다고 자인한 것도 그렇거니와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AI) 보급에 따른 전력 사용은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다.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원전을 운영기간 연장 없이 폐로한다는 것도 문제다. 설계수명 이후에도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세계적 추세와 역행하는 것이다. 그래놓고 부족한 전기는 보조금 지원이나 자가 태양광으로 보충하겠다니 주먹구구식 수급계획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은 환경과 여론뿐만 아니라 일자리·안보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백년지대계다. 구체적 실천방안이 없이 장밋빛 목표와 방향만 제시하는 에너지 정책은 반드시 뒤탈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정부 정책도 단순한 원전 감축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의 실현 가능성과 경쟁력부터 제시돼야 폭넓은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래야만 전력수급 불안정이나 전력요금 인상에 대한 걱정도 사라질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을 고려한 보다 책임 있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