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업계 고교 현장실습 폐지-찬성

김형렬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안전·인권 방치된 '조기취업' 끝내야

직업계 고교생의 현장실습 폐지를 놓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현장실습에 참여한 고교생의 사망·부상 사고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지난 1일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6개월이던 실습기간을 3개월로 줄이고 노동력 제공이 아닌 학습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현장실습생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취업에 예민한 특성화고와 관련 기업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장실습 전면 폐지를 반대한다는 특성화고 학생의 주장도 올라왔다. 폐지 찬성 쪽은 안전보건과 노동인권 사각지대인 현재의 현장실습을 없애고 안전한 실습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현장실습을 한순간에 폐지할 경우 학생들이 현장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와 기업들의 채용과정 편익 등을 박탈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올해에만 직업계 고교생 현장실습 과정에서 청소년 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21명의 학생이 산재로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은 사실상 실습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취업해 일하고 있다. 직업계 고등학생들이 일하는 현장에는 안전보건도, 노동인권도 없다. 제대로 된 현장실습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죽을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교육부가 직업계 고교생 현장실습과 관련해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많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규제하겠다는 선언을 했으며 2013년에는 일터 기반의 학습으로 전환하고자 기업에 현장훈련 매뉴얼을 제공하고 채택 기업에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실습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 정부의 발표도 이전의 발표들과 큰 차이가 없다.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계획도 학교를 조사하겠다는 것일 뿐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체에 대한 조사는 빠져 있다.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며 최대 3개월간의 ‘학습 중심 현장실습’을 이야기하지만 기존 현장실습과의 구체적인 차이점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지금 학교 현장에는 학생이 공부했던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곳에 나가 일을 하게 하고 이를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에게 강요하는 취업률 성과주의가 여전하다. 취업과 실습은 다르다. 취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에게 취업을 강요하는 것은 교육의 목표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피는 것부터 진행해야 한다.

현재의 현장실습을 폐지하자는 것은 제대로 된 실습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학교 대신 취업현장에 보내놓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과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위해 제대로 배우는 실습이 되도록 하고 안전한 실습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중요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첫째, 학교 내에서 진행하는 실습교육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현장에서 일하는 기업체의 노동자가 학교에 와서 현장교사가 될 수도 있다. 학교는 안전하게 실습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센터에서 학교 실습실 환경을 조사·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소 수준의 분진과 소음 노출이 확인됐다. 학교 실습공간도 엉망인 것이다. 학교 내 실습환경을 개선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실습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안전한 훈련기관을 만들어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안이 있다. 중소기업협회 등에서 이를 운영하게 하고 학교는 이러한 훈련기관에 일정 기간 학생을 위탁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기업체 현장실습도 개선해야 한다. 학생들의 실습교육이 실행되는 사업장은 일정한 기준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의 필수조건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일정 교육을 이수한 실습교사가 배치된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 기업체를 대상으로 현장교육을 할 수 있는 기업체로 인증을 허가하고 이곳에서만 학생 실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말대로 산업체 현장실습 자체를 폐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래 의미의 교육과정과 연계된 현장실습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조기취업 형태를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학생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현장실습은 폐지돼야 한다. 학교 내 실습 강화 및 현장실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업체 인증 후 현장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김형렬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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