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어제(13일)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습니다. 집주인에게 세금 혜택을 줘 민간 임대주택 등록을 촉진하고 세입자가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보호 해주겠단 건데요. 정작 세입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포함되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경제산업부 정창신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정부가 세입자 보호를 위한다면서 이번 대책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뺀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정부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차 시장을 만들겠다는 복안입니다.
어제(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브리핑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얘길 들어보겠습니다.
[싱크] 김현미 / 국토교통부 장관
“세입자에게 전월세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집주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가 상생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도 들었다시피 집주인과 세입자의 상생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장관의 이전 발언을 살펴보면요. 그는 지난 6월 취임식에선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면서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 8월 2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도 그는 “집을 거주 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집을 투기수단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했으면서 정작 어제 대책 발표에선 갑자기 집주인과 세입자의 상생을 얘기한 겁니다.
역시 이번 대책에서도 세입자를 보호하는 수단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빠졌습니다.
전월세상한제는 연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2년 전세 만기가 끝나도 원하면 2년 더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앵커]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놨는데요. 이 조치로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현재 장기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집주인은 최장 8년간 집을 팔 수 없고 연 5% 이내로 임대료 상승이 제한됩니다.
이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집주인들을 임대주택으로 끌어들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 8년 이상 장기임대로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 배제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8년 장기임대 시 건강보험료 인상분의 80%를 감면해 주기로 했습니다. 4년 단기임대할 경우엔 40%만 감면해줍니다.
만약 월세를 받는 지역가입자가 임대주택 등록을 하지 않으면 연 16만원의 건보료가 인상됩니다. 하지만 8년 임대할 경우 건보료 인상분은 연 2만원에 그칩니다.
집주인 입장에선 혜택이 크지 않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현재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집주인도 있고, 안한 사람도 있는데요. 현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어제 오후 국토교통부가 조사해 발표한 임대차시장 현황입니다.
표를 보면서 설명하면요.
작년 말 기준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 개인이 보유한 주택은 총 1,759만채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임대용 주택은 595만채로 국토부는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건 임대용 주택의 13% 가량인 79만채에 불과합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연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제한되고, 최장 8년간 세입자가 거주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집주인 입장에서 보면 최장 8년간 임대주택 등록을 하면 그동안 집값이 크게 올라도 집을 팔 수 없고, 임대료도 마음껏 올릴 수 없습니다.
임대주택 등록이 미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땐 4년 단기와 8년 장기로 선택할 수 있는데요. 현재 등록된 임대주택의 93%가 4년 단기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임대주택 등록도 저조한데, 그나마 등록한 주택은 대부분이 4년 단기군요. 다시 드는 근본적인 의문은 집주인들이 이런 혜택을 받고자 8년이나 되는 기간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까요.
[기자]
업계에선 대책의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8년은 긴 시간인데요. 개인 사정에 따라 목돈이 필요하면 집을 팔아 마련해야 하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집값이 급등하면 집주인은 차익을 남기고 싶어 할 겁니다.
임대등록하면 혜택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집주인들 입장에선 일단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보유세 인상 등 후속 규제에 나선다면 3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의 경우 투자가치가 큰 집은 임대등록을 하고 나머지는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결국 진정으로 세입자를 보호하려면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을 당장이라도 도입해야 하는 겁니다.
또 정부의 복안대로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려면 이를 의무화시키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2020년까지 이번 대책의 효과를 지켜본 뒤 의무화를 검토한다는 입장입니다. /정창신기자 csjung@sedaily.com
[영상편집 소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