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45% 내린 2,469.48로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보다는 ‘네 마녀의 날’로 불리는 선물·옵션 만기일의 프로그램 매매 영향이 컸다. 시장 출발은 예견된 금리 인상에 대한 안도감에 장중 2,500선을 가뿐이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장 막판 동시호가 10분 사이 534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세로 돌렸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은 7거래일 만에 순매수세를 보이며 3,684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선물에서 9,639계약을 매수해 여전히 코스피를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지만 채권시장은 그렇게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3년물 국고채는 0.2bp(1bp=0.01%포인트) 오른 2.080%를 기록했고 5년물은 0.1bp 내린 2.269%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원60전 하락한 1,089원10전에 거래를 마쳤다. 금리 인상 이후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하락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옐런과 작별을 고하며 시장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국내 증시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은 점차 강화하고 있으며 신흥국으로 확산이 진행되고 있다”며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위험자산을 중심으로 한 투자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시가 올해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낸 만큼 밸류에이션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호조가 지속되면서 위험자산 선호는 오는 2018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위험자산을 중심으로 한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면서도 “최근 가상화폐 열풍에서 보듯 시장의 이상 과열 조짐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내에서도 가치주보다 성장주 우세를 전망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내년 3월 미국의 금리 인상 확률을 63%로 보지만 내년 상반기 물가 부담이 크지 않다”며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성향과 내년 2월 취임 직후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점도 고려하면 내년 6월께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다음 금리 인상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버블 논란에도 성장주의 우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 인상에도 금리 수준과 인상 속도가 성장주의 프리미엄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가치주가 오르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대한 전망이 생겨야 하는데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가치주보다는 성장주, 그리고 내수주 혹은 수출하는 내수주와 중국 관련 소비주에 상대적인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내다봤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했지만 저점 매수를 할 만큼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국내 금펀드는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약 10% 하락했지만 자금은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다. 오 연구원은 “금은 시장이 불안할 때 안전자산 역할을 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이를 헤지하는 수단이 된다”면서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는데 인플레이션 압력은 그리 높지 않아 안전자산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금은 이자가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서 투자 유인이 없는 만큼 당분간 원자재 중에서는 구리와 같은 비철금속, 원유와 같은 에너지 자산이 오히려 비교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