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 유니클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진출 10년 만인 2014년에 연 매출 1조 원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최근 들어 성장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다점포 전략을 펼쳐왔던 유니클로는 시장 포화 상태에 따라 매장 확대가 한계에 부딪치면서 2012년 매출 신장률이 최고점(54%)을 찍은 후 매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의 2017 회계연도(2016년 9월 1일부터 2017년 8월 31일) 매출은 1조 2,377억 원으로 전년 보다 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65억 원으로 64.5% 늘었다.
그러나 실적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 매장 수는 179개 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6개 증가에 그쳤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 동안 110개 점, 연평균 22개 점을 연 것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다.
매출 성장 폭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13년 37.4%, 2014년 29%, 2015년 24.7%까지 두 자릿수를 거듭하다 2016년 5.8%, 2017년 4.7%로 뚝 떨어졌다. 2016년의 경우 유통망을 18개나 늘렸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은 5.8% 증가에 그쳤다. 단 내실경영을 통해 영업이익률(2017년 14.3%)을 2015년(14%)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 같은 성장 둔화 이면에는 대부분의 아이템들이 생필품적 성격을 갖고 있어 한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작용하고 있다. 이미 한국 사람이라면 웬만큼 유니클로의 히트텍, 후리스 풀집 재킷, 면티, 패딩, 캐시미어니트 등 베이직한 아이템을 구입했다. 같은 아이템을 중복해서 구입하지 않는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다른 SPA가 트렌디함이나 가성비를 내세우며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반면 유니클로는 베이직한 아이템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구매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유니클로는 최근 몇 년 간 신성장동력으로 택한 청바지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진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들기도 하고 글로벌 디자이너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패션성을 더욱 가미한 제품을 내놓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국내 안팎에서 불고 있는 지속가능 패션 트렌드와 상반되는 SPA의 대명사라는 점도 유니클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다. ‘지속가능함’이 화두가 되면서 유니클로를 위시로 한 SPA 브랜드는 의류 쓰레기로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성장 한계를 돌파할 신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일본 유니클로 본사는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세미 맞춤 제작 서비스(신체 사이즈만을 제공해 기존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맞춤 제작 의류는 유니클로의 태생인 패스트 패션과는 상치되는 것으로 다변화되는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회사도 변화를 추구한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라이프스타일 컨설팅 업체 JMK의 김지미 대표는 “이를테면 지속가능 트렌드에 맞춰 단순히 사회환원적인 CSR 활동을 넘어서 가치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이 필요하다”면서 “유니클로가 건강한 기업임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