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인한 직장·경력에서의 희생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쏠려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 일·가정 양립 지표를 발표했다. 최근 아빠의 육아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개선은 미미함을 보여주는 통계가 대거 포함됐다.
우선 2010~2015년 5세 이하 자녀를 가진 임금근로자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의 비율을 보면 엄마는 42.9%로 아빠(1.0%)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부모로 좁혀도 2015년 기준 엄마는 43.1%, 아빠는 0.5%였다.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엄마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10년 26.6%에서 20%포인트 가까이 늘었지만 아빠는 같은 기간 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근로시간에서도 직장맘의 희생이 두드러졌다. 미성년자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가구에서 여성은 자녀 나이가 13~17세면 주당 근로시간이 41.4시간이지만 6세 이하면 35.0시간으로 줄었다. 어린이집 등에 맡겨둔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일찍 일을 마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남성은 같은 조건에서의 근로시간이 46.6시간, 46.5시간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6세 이하 자녀 기준 오전 9시 출근을 가정할 때 아빠는 오후 6시반쯤 퇴근하는 반면 엄마는 4시쯤 퇴근하는 셈이다.
육아 부담 등으로 아예 일을 관두거나 안 하는 경우도 여성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13~17세 자녀를 둔 여성은 고용률이 67.3%에 이르지만 자녀의 나이가 6세 이하면 44.9%로 뚝 떨어졌다. 반면 남성은 자녀 13~17세는 95.1%, 6세 이하는 96.7%에 이른다.
올해 4월 기준 기혼 여성 가운데 경력단절 여성 비율 역시 20.0%(181만2,000명)으로 지난해 20.6%보다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육아 부담에 직장을 관둔 여성은 58만1,000명으로 지난해(57만4,000명)보다 도리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남성의 일·가정 양립제도 사용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직장 문화 등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