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 일·가정 양립 지표를 발표했다. 정부의 장려책으로 최근 아빠의 육아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엄마가 육아를 더 챙기고 있는 통계치가 많았다.
정부의 장려책으로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소위 ‘라테파파’ 남성은 7,616명으로 전년보다 2,744명(56.3%)이나 증가했다. 남성이 크게 늘어난 반면 육아휴직 여성은 8만2,179명으로 전년보다 288명(0.3%) 줄었다. 육아휴직 여성이 줄어든 것은 2003년 남녀 육아휴직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하지만 육아로 인한 직장에서의 희생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쏠려 있었다. 2010~2015년 5세 이하 자녀를 가진 임금근로자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의 비율을 보면 엄마는 42.9%로 아빠(1.0%)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부모로 좁히면 2015년 기준 엄마는 43.1%로 아빠 0.5%에 비교하면 육아 독박이라고 불릴 만큼 쏠림이 심했다.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엄마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2010년 26.6%에서 20%포인트 가까이 늘었지만 아빠는 같은 기간 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기준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91.5%에 달한다.
근로시간에서도 직장맘의 희생이 두드러졌다. 미성년자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가구에서 여성은 자녀 나이가 13~17세면 주당 근로시간이 41.4시간이지만 6세 이하면 35.0시간으로 줄었다. 어린이집 등에 맡겨둔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일찍 일을 마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남성은 같은 조건에서의 근로시간이 각각 46.6시간, 46.5시간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6세 이하 자녀 기준 오전9시 출근을 가정할 때 아빠는 오후6시30분쯤 퇴근하는 반면 엄마는 4시쯤 퇴근하는 셈이다.
육아 부담 등으로 아예 일을 관두거나 안 하는 경우도 여성에 편중됐다. 지난해 13~17세 자녀를 둔 여성은 고용률이 67.3%에 이르지만 자녀의 나이가 6세 이하면 44.9%로 뚝 떨어졌다. 남성은 자녀 13~17세는 95.1%, 6세 이하는 96.7%에 이른다.
통계청 관계자는 “남성의 일·가정 양립제도 사용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직장 문화 등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