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시계는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올해로 설립한 지 11년째 접어드는 스카이레이크가 설정한 펀드는 13개, 이미 투자 회수를 통해 청산한 펀드만 5개다. 여타 독립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1년에 펀드를 하나 설정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스카이레이크는 쉬지 않고 매년 펀드를 설정하며 외형을 확장했다. 스카이레이크가 국민연금·산업은행 등 연기금과 은행들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진대제 펀드’로 더 유명한 스카이레이크는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이 설립한 회사답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시작으로 정보기술(IT)·제조업 등에 특화됐다.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전문성을 가진 테크(Tech)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테이팩스·한미반도체(042700) 등 굵직한 기업들을 연이어 인수하며 기업가치를 키웠다.
스카이레이크는 PE 업계 진출 초기부터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투자 철학을 내세웠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것은 모든 PE 운용사가 가진 철학이다. 그러나 스카이레이크는 ‘잘 아는 것을 잘하자’는 생각으로 한 분야의 투자만 집행했다. 이 철학 덕분에 스카이레이크의 투자사례는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투자가 두자릿수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초기 투자 규모를 키우지는 않았다. 2006년 12월 설립한 1호 펀드의 규모는 316억원 수준이었다. 스몰캡(Small-cap) 위주로 투자물건을 찾았다. 첫 번째 투자는 인텔캐피털과 손잡고 국내 스마트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인 올라웍스를 400만달러(37억5,000만원)에 인수한 것이었다. 이를 인텔에 다시 매각하며 6년 만에 300% 수준,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는 30%대의 성과를 보였다.
이후의 투자도 여세를 몰아 성공 가도를 걸었다. 스카이레이크는 일본전산이 한국에 설립한 가전제품 부품업체인 에쓰시디가 기업사냥꾼의 손에 들어가 횡령 등으로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을 때 백기사로 나서며 시장이 주목을 받았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스카이레이크는 다시 일본전산에 매각해 19개월 만에 56%가 넘는 수익을 냈다. 2008년 투자했던 게임사 위메이드(112040)엔터테인먼트는 스카이레이크의 투자를 받은 지 17개월 만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134%에 달하는 투자수익률을 돌려주기도 했다. 한미반도체 역시 페이팔 창업자인 억만장자 피터 티엘과 손잡고 지분 10%를 251억원에 사들인 뒤 1년 만에 차익 115억원을 남겨 50%에 가까운 차익을 회수하며 글로벌 시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스카이레이크는 엑시트(자금회수)를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통상적으로 PE들은 펀드를 설정해 투자, 회수까지 10년이 걸린다. 그러나 스카이레이크는 인수금융을 사용하지 않고 기업 가치가 성장했다는 판단이 들면 즉시 자금 회수에 나선다. 조기 해산으로 비교적 단시간에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연기금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에는 다섯 번의 출자를 받았고 산업은행·군인공제회·사학연금·교직원공제회 등 굵직한 연기금들도 한 번 이상 스카이레이크에 자금을 집행했다. 스카이레이크 해산 펀드의 평균 IRR는 10%를 웃돌고 있으며 바이아웃 레코드 역시 평균 IRR가 20%대다. PE 업계 관계자는 “PE 운용사들이 펀드를 설정하고도 이렇다 할 투자처를 찾지 못해 드라이파우더(미투자금)가 쌓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스카이레이크는 투자도, 엑시트도 빠른 편”이라며 “안정적인 투자실적 역시 연기금들에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빠른 투자 회수에 대해 기업가치 성장보다는 차익에 너무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어느 정도 몸집을 키운 스카이레이크는 이제 투자 규모도, 투자 영역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던 펀드 규모는 점차 늘어나 지난해 8월 6,277억원 규모로 10호 펀드를 조성했다. IT·테크 부문에 집중했던 과거 포트폴리오와는 달리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시작으로 야놀자(600억원), 독립법인대리점(GA) 에이플러스에셋(500억원) 등에 투자했다. 기업당 투자 규모도 예전보다 커졌다.
스카이레이크 관계자는 “IT나 테크 쪽을 프로젝터 펀드로 투자하는 PE들은 많지만 바이아웃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PE 운용사들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앞으로도 400억~500억원 규모의 미들캡(middle cap) 사이즈 투자를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