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업 일자리동맹, 유럽서 길 찾다] 오스트리아 강소기업들, 직업학교 실습생 선호

"적은 임금으로 원하는 인재 채용" 이유
정부 현장실습기금서 월급 절반 보전도

오스트리아 아드몬트의 건설파이프 제조 중소기업 휴베르트는 매년 직업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두세 명을 실습생으로 채용한다. 실습생을 받아 하루에 8시간씩 회사의 실무를 가르친다. 당장은 회사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3개월 정도 일을 가르치면 졸업 후 이 회사 가족이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네스 팔켄스타이너 휴베르트 기술관리팀장은 “직업학교 학생들이 이미 학교에서 특정 기술을 원하는 만큼 배운 상태”라며 “현장에서 조금만 실무를 익히도록 도와주면 생산성이 높은 직원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대다수 기업은 이처럼 직업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턴제도와 현장실습 시스템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업력 100년이 넘는 강소기업들이 앞장서 실습생들을 받아 기술을 가르친다. 현장실습에 참여할 기업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국내 실정과 전혀 다른 풍경이다.


오스트리아 산업계에서 현장실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와 만난 토마스 오베르홀즈너 오스트리아 중소기업연구소 부회장은 “오스트리아의 중소기업 대표들은 (정규 직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으로 회사의 식구가 될 수 있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직업학교 출신을 대상으로 한 현장실습을 선호한다”며 “간단한 면접으로는 좋은 인재인지 완벽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몇 개월에 걸친 실습을 통해 그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면접 이상으로 업무 능력과 성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습생에게 일을 가르치고 회사에 수십 년 넘게 쌓아온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자 의무라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봉에 허덕이면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현장실습생의 모습도 오스트리아에서는 찾기 힘들다. 정부 차원에서 현장실습기금을 운영해 현장실습생들의 월급 절반을 보전해준다. 현장실습생들의 월급은 업종에 따라 차등화해 법으로 명시돼 있다. 건설파이프 업종의 경우 신입 실습생 월급은 718유로(약 100만5,200원) 정도다. 또한 1년에 두 차례, 6월과 12월에는 현장실습생들에게도 정규 직원과 똑같이 월급을 2번 준다. 일종의 상여금 개념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어 의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을 배우며 받는 월급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학생들도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현장실습을 거치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체계적인 진로 상담이나 현장 적용이 가능한 직업교육 등 학교 시스템도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학생 스스로 선택한 만큼 현장실습 기회를 교육의 연장선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펙을 쌓기 위해, 혹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대학에 입학하는 분위기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다니엘 핀카 오스트리아 경제자문기구 기업팀장은 “학생들이 자신이 가고 싶은 기업에 직접 현장실습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며 “오스트리아에서는 보통 14~15세 때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하기 시작하는 만큼 직업 선택이나 직업에 임하는 자세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찍부터 자신의 적성과 직업의 의미 등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의 직업 마인드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가정신이 맞물려 오스트리아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현장실습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빈=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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