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래방에서 각종 성추행 사건이 이어지면서 ‘노래방 송년회’를 금지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늘어나 노래방 업주들이 속 앓이를 하고 있다. 가뜩이나 2·3차 술자리로 이어지는 회식문화가 사라지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터라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노래방 업주들은 일부 손님의 일탈행동 때문에 노래방이 마치 성추행의 온상처럼 여겨지는 점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은 직장 내 여직원 성추행 문제에 대한 엄단 방침이 내려지자 송년회 때 2차 노래방을 가지 말도록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평소 회식에는 노래방을 안 가더라도 송년회 때는 갔었는데 올해는 가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상사의 성향에 따라 노래방에서 송년회를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는데 올해는 거의 가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업도 연말 회식 간소화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노래방 송년회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한 대기업 차장은 “다른 부서 부장이 노래방에서 송년회를 했다가 임원으로부터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핀잔을 들었다”며 “노래방에 간다고 해서 징계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부서는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노래방 업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 노래방은 경영난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10여년간 꾸준히 줄었다. 2015년 3만4,298개로 전년 대비 200개가량 늘었지만 이는 소규모 코인노래방 창업 붐의 영향이 컸다. 서울 양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직장 내 성추행은 직장에서든 식당에서든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행태가 문제지 노래방이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산에서 10년간 노래방을 운영해왔다는 박모씨는 “올해 송년회 시즌에는 직장인이 지난해보다 20%가량 줄어든 것 같다”며 “주변에 하나둘씩 없어지는 노래방을 보면 언제가 내 차례가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민형·백주연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