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되는 KBS1 ‘KBS스페셜’에서는 고려인 이주 80주년 특별기획 ‘사샤의 아리랑’ 편이 전파를 탄다.
한인들의 중앙아시아 이주 80년, 그동안 한인들은 중앙아시아 각 지역에서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왔다. 우즈베키스탄의 사샤 가족도 마찬가지. 할아버지 세대에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한 사샤 가족 역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즈베키스탄의 건강한 중산층이 되었다. 고려인 4세인 사샤는 음악가의 꿈을 안고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 열심히 자신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 24세의 젊은 사샤의 시선으로 고려인 강제이주 80년의 눈물겨운 역사를 되짚어보고 그들을 지원했던 우즈베키스탄과 고려인의 우정을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 타슈켄트 서울공원에서 열린 고려인 추석 행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는 서울공원이 있다. 2014년 고려인들의 요청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해 건립됐다. 지난 10월 이곳에서 고려인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추석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고려인 이주 80주년과 한국-우즈베키스탄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추석 행사에는 한국전통 춤 공연, 베고자(고려 만두) 먹기 대회 등이 진행됐고 고려인뿐 아니라 수많은 우즈베키스탄 젊은이들도 함께했다. 이처럼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에 융화되기까지 80년간의 긴 역사가 있었다. 이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사샤가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퍼져있는 고려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생생한 이주 역사를 듣는다.
▲ 한 고려인 노화가의 마지막 증언
90세의 고려인 1세대 화가 안 블라디미르. 그는 1937년 고려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된 과정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냈다. 연해주에 살던 17만 명의 고려인들은 구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명령에 의해 화물 기차에 강제로 실렸다. 당시 기차역에서의 극심한 혼란상황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거친 갈대밭을 개간하는 고려인의 절박함까지 그가 기억하는 고려인의 이주과정이 민족비극이란 이름으로 화폭에 담겼다. 그가 고려인의 이주 역사를 그렸던 이유는 바로 고려인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예술훈장(2001년), 러시아 자연과학아카데미 공훈십자상(2004년) 등을 수상한 안 블라디미르는 현재 수도 타슈켄트에서 병마와 싸우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 고려인의 땀과 눈물, 갈대밭을 목화밭으로 만들다
1937년 17만 명의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의 곳곳으로 강제이주 된다. 그중 7만6천여 명은 우즈베키스탄 의 황량한 갈대밭에 버려졌다. 고려인들이 ‘깔’이라 부르는 그 거친 갈대를 베어 움막집을 만들고, 황토를 개간하여 목화밭으로 변모시켰다. 정착 당시 대부분의 고려인들은 집단농장을 이루고 살았다. ‘북극성 집단농장’은 당시 고려인이 만들어 성공한 대표적인 농장이다.
고려인의 영웅으로 알려진 김병화의 지도로 타 지역의 농장보다 월등한 수확량을 이뤄내 김병화는 1948년과 1951년 두 차례 사회주의노동영웅 칭호를 받는다. 벼농사와 목화 농사를 짓던 고려인 집단농장은 이젠 없어졌지만 김병화박물관에 그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김병화박물관의 관장인 고려인 2세 장 에밀리아 여사는 사샤에게 우즈베키스탄 이주 초기 어려웠던 고려인의 삶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 ‘우즈베키스탄의 어머니’라 불리는 고려인, 박 베라
사샤는 우즈베키스탄에서 32년 동안 고아원을 운영하는 고려인 박 베라 원장을 찾아간다. 박 베라는 현재 고려인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영웅’으로 불린다. 그녀는 ‘히바 20번 고아원’을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한 공로로 2001년 고려인으로는 유일하게 ‘우즈베키스탄 영웅’ 칭호 및 금별 메달을 받았다. 극도로 가난한 고려인 2세로 살았던 그녀는 국립 카라칼팍스탄 사범대학을 나와 교사로 근무했고, 히바시 교육청 장학감독관 자리에 올랐다.
1985년, 구소련 정부는 누구보다도 아이들에게 헌신적이었던 박 베라에게 히바 20번 고아원 운영을 맡겼다. 현재 120여 명의 고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그녀의 고아원에는 19개의 기숙사가 있고, 6~8명의 아이들이 한 기숙사에 생활하며, 기숙사마다 ‘엄마’라고 불리는 담당 선생님을 두고 있다. 아이들은 방과 후, 음악, 미술, 체육 등의 동아리 활동을 한다. 중앙아시아 최고의 고아원을 만든 그녀는 이제 ‘우즈베키스탄의 어머니’라 불린다.
▲ 스스로 한민족의 문화를 지켜온 고려인들
고려인문화협회는 우즈베키스탄이 독립한 1991년 설립돼 수도 타슈켄트의 본부와 전국 26개 지부를 두고 있다. 고려인의 전통과 풍습을 유지하는 행사와 한글 교육 등 문화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인 이주 80주년을 기념해 우즈베키스탄 전국에 흩어져있는 고려인들을 위한 순회공연이 이루어졌다. 사샤는 사회자 겸 가수로 참가했고, 한 마가리타가 이끄는 한국 전통무용단인 고려가무단과 고려인 유명 가수 김 막달레나 등 28명으로 구성된 공연단이 일주일간 우즈베키스탄 전역을 돌며 공연을 했다.
타슈켄트 발레전문학교를 졸업한 한 마가리타는 한국에서 한국 전통무용을 연수받은 후 지난 2000년 고려가무단을 창립해 활동 중이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약 17만 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지난 80년간의 비극적인 삶을 극복하고 수도 타슈켄트를 중심으로 그들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켜내고 있다. 고려인 최고의 합창단인 ‘봄바람합창단’은 지금도 60여 곡의 한국가요를 합창한다. 또한, 타슈켄트 한국 교육원에는 수많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함께 한국어와 케이팝 춤을 배운다.
[사진=KBS1 ‘KBS스페셜’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