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인류학자인 저자 팻 시프먼은 생태적 지위가 같은 두 종은 공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가우제의 법칙’으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설명한다. 한정된 자원을 나눠 써야 하는 상황 속에서 같은 먹잇감과 서식지를 두고 종의 운명을 건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인간의 경쟁 종들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현생 인류가 침입종으로 처음 활동한 4만년 전 유라시아대륙에 집중한다. 아프리카에서 살던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유라시아 대륙에 첫발을 디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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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는 또 다른 최상위 포식자 늑대와 전례 없는 동맹을 결성했다. 소위 ‘가축화’라 부르는 이 동맹은 침입종이던 현생 인류가 다른 포식자를 멸종으로 이끌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람이 개를 동반했을 때 획득한 사냥감의 양은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56%나 증가한다. 또 개를 통해 다른 포식자로부터 짐승 사체를 지키고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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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축화는 9,000년 전 인간이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며 이뤄졌다는 게 그간의 학설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2009년 벨기에 연구팀의 연구 성과에 주목했다. 3만2,000년 전 늑대인지 개인지 불분명한, 늑대에서 개로 탈바꿈해가는 과정으로 보이는 동물의 화석이 나타난 것이다. 저자는 이 동물을 ‘늑대-개’라고 이름 붙였다.
아무리 상호 협력적인 관계라도 말도 통하지 않은 이 두 종이 어떻게 동맹을 맺었을지는 궁금점이 남는다. 저자는 ‘아이 콘텍트’에 주목했다. 무리 지어 생활해 사회성이 발달한 늑대는 시선을 통해 의사소통 하는데 능하고 현생 인류는 흰색 눈동자와 열린 눈꺼풀 때문에 멀리서도 그 사람이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있다. 이 특징들은 인간과 개가 서로 시선을 통해 감정을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장 성공적인 침입종 현생인류의 성공 비결은 다른 어느 종도 시도하지 못했던 경쟁 종과의 동맹이었다. 1만8,500원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