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 지연이 불러온 선박 저가수주

국내 조선 업계가 저가수주로 힘든 상황에 처했다. 삼성중공업이 4·4분기 실적에 반영한 평가손실 5,600억원 가운데 1,100억원이 선박 건조 시의 예상손실충당금으로 밝혀졌다. 석 달 전 수주한 컨테이너선 6척과 원유운반선 8척이 본격 건조에 들어갈 경우 한 척당 8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수주한 컨테이너선 5척을 건조하면 삼성중공업 수준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문제는 수주단가 낮추기가 해양플랜트에서 상선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주절벽에 처한 조선 업계가 일감을 채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수주절벽 못지않게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탓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500명 감축을 목표로 잡았는데 절반도 채우지 못했고 대우조선은 내년까지 5,500명을 줄이기로 했으나 3,300명 선에 그치고 있다. 노조 반발에다 정치권의 개입 때문이다. 특히 친노조 성향의 새 정부 출범 이후 노조의 저항이 세지고 있다니 우려스럽다. 유휴인력을 줄이지 못하면 고정비 부담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약해지고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조선의 원가경쟁력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높은 고정비임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체질개선이 늦어지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저가수주→수익성 악화→경영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걱정이다. 지금 한국 조선의 현실은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속도감 있게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게 절실하다. 정치권은 경쟁력 강화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구조조정에 간섭할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란다. 정부와 업계는 친환경·융복합기술 개발을 통한 기술력 격차 확보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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