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표제에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반응이 영 신통찮다.
이번 방안을 들여다 보면 2019년부터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느냐 여부에 따라 체감 세제감면 효과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똑같이 연 2,000만원의 임대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7만원의 소득세만 내면 되지만 미 등록시 이 금액이 84만원으로 는다. 건강보험료 격차도 커진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지역의료보험 가입자는 연간 건보료 인상분이 16만원에서 3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물론 8년이라는 만만치 않은 임대기간을 채웠을 경우다.
이번 방안의 실효성 여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강남권 다주택자들에 대한 정부의 시그널은 명확하다.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긴 했지만 대상 주택을 ‘6억원 이하인 전용 85㎡이하’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강남권 아파트는 배제한 셈이다. 이는 “강남권 다주택자는 혜택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행되는 내년 4월 이전에 집을 팔라는 것 외에 어떤 선택지도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특히 이번 방안을 발표하면서 ‘보유세 강화’, ‘의무 임대등록제’ 등 추가 압박카드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책 학습효과에 시장 요지부동
핀셋규제도 지역간 격차만 키워
하지만 정부의 압박에 다주택자들은 전혀 다른 해법을 찾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권과 강남권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상당수 다주택자들은 어차피 세금 폭탄을 맞을 거라면 집을 처분하느니 차라리 증여세를 물고 자녀에게 넘기는 것을 고민중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심각한 수급 불균형 때문에 강남 집값은 어차피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더라’는 학습효과도 깔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입자들 역시 정부 방안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부는 임대료 증액을 연 5%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의무기간 동안 집주인이 재계약을 거절하지 못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실상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 등록된 임대주택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때문에 정부 방안이 발표되자 주요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고 정부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생색만 냈다며 강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같은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세제감면 효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꺼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 정부가 닻을 올린지 채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섣불리 평가하기엔 이르다.우려되는 것은 지난 7개월 동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강도가 과거 참여정부 5년과 맞먹는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란 점이다. 매물이 넘쳐났어야 할 강남권에서는 매수자들이 줄지어 서있고 강북권 집값까지 덩달아 고공행진중이다. 호언장담했던 ‘핀셋 규제’는 오히려 인기-비인기지역간 격차만 키우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어느 편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면 ‘상생’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