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러한 주변 국가들의 변화를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불거진 중국의 한국 홀대론은 지난 2008년의 중국의 부상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2008년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은 한국을 경제성장 모델로 생각해 한국에 접근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이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모델국가인 한국’에서 ‘조공국가의 한국’으로 중국의 마음과 태도가 변화된 것이다. 이것이 노골적으로 나타난 예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이다. 사드 문제에 대해 한국이 조금 더 전략적으로 접근을 했더라면 현재의 한중갈등은 줄어들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한미일협력을 이완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카드로 사드 문제를 고려하면서 한국의 어려움은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중국이 가진 과도한 자신감은 한중관계의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불거진 홀대 논쟁은 중국의 대국의식에서 본다면 언제든지 표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외교가 지금까지 했던 수동적인 반응형 외교에서 탈피해 능동적으로 국제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면 리스크 또한 커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한국이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는 전략적인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사드 문제를 철저히 봉인하고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의도대로 불거져 나왔다. 또한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그만큼 한국의 전략적인 카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 외교가 능동적으로 ‘기회의 창’을 열기 위해서는 그만큼 우리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 첫째, 상대방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 국제관계는 선의에 의해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국익 계산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심지어 한국은 다른 상대방보다 국력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설득하면 된다는 허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과도한 기대감은 결국 외교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둘째, 외교를 국내 정치의 연상선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국제화된 정보사회에서 외교는 전략적인 포석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 성과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적인 비난을 받더라도 중장기적인 일관성과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양자관계만을 우선한 외교는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한중관계도 미중의 전략적인 경쟁을 염두에 둬야 하며 한미·한일관계의 협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