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국 車협회 이어 납세자연맹도 "역효과 부르는 자해조치 멈춰라"

현지 이익단체 반대 목소리 커져
"공동전선 구축...제재수위 낮춰야"

미국납세자연맹(NTU)은 지난 12일 서한을 통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에게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검토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NTU 웹사이트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장벽을 점점 높여가는 가운데 통상제재에 반발하는 현지 이익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무차별적인 반덤핑 공세가 되레 미국 기업의 발목을 잡아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최종판결까지 손을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이들과 함께 공동전선을 구축해 제재 수위를 낮춰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납세자연맹(NTU)은 미국 상무부에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관세를 통해 국제 거래를 제한한다면 저렴한 수입산 철강재를 사용해온 제조업자들의 비용 부담만 키울 뿐”이라며 “늘어난 부담은 최종 제품 가격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14만명 정도가 철강업계에서 일하지만 철강재를 사용하는 제조업체에는 650만명이 일하고 있다”며 “통상 제재로 철강 부문 일자리를 어느 정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철강재를 들여와 가공하던 작은 공장 등에서는 이를 훨씬 웃도는 수가 직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초강력 무역 제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 제품 수입에 232조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뒤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안보 위협을 운운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지지기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핵심 산업인 철강업을 살리려는 조치로 보는 게 중론이다.

현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철강업계 감싸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GM과 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자동차 ‘빅3’로 구성된 미국자동차산업정책위원회는 5월 상무부에 “외국산 철강 관세를 올리면 결국 미국 자동차 부문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돼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제조업 근로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흘려듣기 어려운 지적이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현지 공장이 폐쇄되기라도 하면 되레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격이 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핵심 지지층인 자동차 업계의 로비 공세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애초 6월께 발표될 것이라던 232조 검토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미국 현지 자동차 업체의 강한 반발을 꼽는다.

통상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정치인이 이익단체들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는 대신 해당 업종에 관세를 조정해주는 게 미국 보호무역주의 본질”이라며 “자동차 업체 등 철강 소비 업체들이 원자재 부담을 우려해 적극 로비를 펴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현지 우호세력과 장외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 미국의 통상 제재에 대응하더라도 당장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에서 나오는 반대 목소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통상 전문 교수는 “넥스틸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업은 국내 사업장의 미국 이전을 고민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상태”라며 “미국 통상 당국이 최종판단을 내리기 전에 현지에서 우리 입장에 공감하는 세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가능한 제재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보·구경우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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