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R&D도 '脫원전'...발전→해체기술로 방향 틀어

정부, 원자력 발전전략 발표
안전성 강화 등에 예산 집중
기초연구 부문은 대폭 삭감
"산업경쟁력 약화 우려" 지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발맞춰 국가 원자력 연구개발(R&D) 방향도 종래의 발전 위주에서 안전·해체 기술 연구 중심으로 방향을 튼다. 노후 원전이 늘면서 안전·해체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가 원자력 R&D가 탈원전에 초점이 맞춰지고 기초연구 예산이 삭감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전 안전·해체 연구 강화 △방사선기술 등의 활용 확대 △해외 수출 지원 강화 등의 원자력 R&D 추진방향을 담은 ‘미래원자력기술 발전전략’을 18일 발표했다. 발전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원자력 분야 R&D에 총 2,03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3분의1에 해당하는 687억원이 안전·해체 기술 R&D에 투자된다. 원전의 내진 성능 강화와 중대사고 방지 및 리스크 평가 기술을 개발하는 등 가동 원전의 안전을 강화하는 데 96억원을 투자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해 원전을 해체하기 위한 기술 96개를 오는 2021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내년 과기정통부 예산은 138억원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운반·저장·처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내년 12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원자력 기술을 의료·환경 등 타 분야에 접목해 다양하게 활용하고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연구 지원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원자력의학원을 방사선기술 기반 연구중심병원으로 육성해 오는 2019년까지 동위원소 치료 기술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임상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 방사선 의약품 개발 지원에 내년 138억원을, 하나로 등 연구기반 시설을 활용해 산업 소재를 개발하는 데 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핵융합에너지원천기술개발사업(가칭)’을 2020년 신설하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원자력 기술의 해외 수출 지원도 강화된다. 연구용 원자로와 스마트 원전 수출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20억원 늘어난 176억원이 배정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탈원전으로 에너지정책을 전환한 만큼 원자력 R&D 전략도 일정 부분 ‘튜닝(개조)’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상용 원전을 위한 발전 기술 개발 위주에서 안전·해체와 활용 기술 연구를 강화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발전전략이 추진될 경우 중장기적 원자력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초연구 예산이 대폭 삭감된데다 원자력 기술력 유지를 위한 인력 활용 전략이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원자력 기초연구 예산은 171억원으로 올해의 221억원보다 50억원가량 줄어든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산업 육성은 산업통상자원부나 업계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지만 원전 수출국으로서 기본적인 기술력은 기초 R&D를 통해 유지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발전전략에는 원자력 기술력을 좌우하는 인력 유지 및 육성 방안도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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