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왼쪽) 경제보좌관이 조국(오른쪽) 민정수석, 홍장표(가운데) 경제수석 등과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재계와의 소통방식을 혁신한다. 업계 순위나 규모별로 기업 등수를 매겨 만나던 방식에서 탈피해 경영 애로 사항이 있거나 산업 이슈가 있다면 기업 순위나 만남 형식, 참석 규모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소탈하게 만나기로 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재계와의 소통을 주도한다. 친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고용창출을 당부하기 위한 차원이다.
18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현철 보좌관이 여러 분야의 기업인들을 만날 예정”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는 경제수석이 기업인들과 만났으나 정부 경제부처 등을 직접 통솔하는 경제수석이 (민원인을 직접) 만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경제보좌관을 통해 기업인들과 소통하는 것을 이 정부의 새로운 소통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보좌관은 이르면 연내에 기업인들과 비공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당초 대한상의는 오는 20일 주요 8대 그룹 경영인들과 만찬을 갖는 형식으로 김 보좌관과의 소통행사를 기안해 제안했으나 김 보좌관이 18일 참석 대상과 일정, 형식 등을 다시 세팅하자고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한상의가 (과거에) 청와대를 만나면 전통적으로 1등부터 8등까지 줄 세워서 만나는 식으로 추진한 것 같은데 그것은 구시대적인 것이라고 (김 보좌관이) 생각한다”며 “따라서 8대 기업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고 경제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이슈가 있을 때 중소기업이든, 자동차 산업계든, 노동계든 가리지 않고 3곳이든, 5곳이든, 12곳이든 (기업 숫자나 순위에 관계없이)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통은 경제비서관 역할의 본연으로 돌아가려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등이 매일 매일의 현안을 점검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면 경제보좌관은 이들이 놓친 포인트나 중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경제현장의 의견을 청취해 대통령에게 진언하는 역할을 한다.
김 보좌관이 재계와의 소통에 나서는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수석이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실형을 구형받은 일을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차원의 시도로 풀이된다. 경제보좌관은 정부 인허가 및 예산편성, 규제 입법 추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입김을 넣을 수 있는 경제수석과 달리 경제의 전체적인 밑그림 등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기업인들과 만나도 상대적으로 정경유착 등의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민병권기자 new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