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주가 발목잡았지만...'실탄 장전'에 도약 발판될 수도

대규모 증자 미래에셋대우·카카오
각각 13%·5% 이상 곤두박질
코스닥서도 이달 20여곳 하락세
주가가치 희석 우려로 '팔자' 탓
"증자 자체 주가에 직접 영향 없어
사업확장 등 목적 따져 접근해야"

연말을 맞아 대규모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확장 등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주식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투자자들이 유상증자를 주가 할인에 따른 저가 매수 기회로 삼기보다는 주가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우려하며 투자에서 발을 빼 주가가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를 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과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기업 가치에 주목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전 거래일 대비 13.46% 하락한 9,0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035720) 역시 5% 이상 주가가 빠졌다. 이날 주가 급락은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IB 전략 추진과 해외사업 확장 및 인수합병(M&A)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선주 1억3,084만2,000주에 대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은 7,000억원이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카카오 역시 미래에셋대우가 유상증자 발표를 한 날 모바일 중심의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회사 투자, 4차산업 관련 국내외 기업 및 기술 투자 등을 위해 754만6,520주, 1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의 증자 전 총 발행주식 수는 6,790만8,527주다. 이번 유상증자로 늘어나는 주식은 모두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해외 주식예탁증권(GDR) 형태로 발행된다.


유상증자 발표 기업들은 대부분 주가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달 초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유증 공시를 한 지난 6일 30%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으며 현재까지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기업들 역시 이달 들어 20여곳의 기업이 유상증자를 발표했으며 발표 이후 주가 하락을 경험한 곳이 적지 않다. 코스닥 기업들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침 이후 지수가 800선을 돌파했다가 최근 주가가 하락하자 지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유상증자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높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할 수 있어 손쉽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투자자들은 주가 가치 희석을 우려해 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 역시 유상증자 기업들이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카카오 주가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과 큰 금액의 유상증자라는 점에서 단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회사가 밝힌 유상증자의 목적처럼 해외 기업 인수합병이 성공한다면 이후 주가는 오히려 긍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상증자 자체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최근 이뤄진 유증에 따른 주가 하락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주식 가격이 떨어져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 상장 기업인 암니스(007630)와 코스닥 상장 기업인 아이엠텍(226350)은 유증 발표 이후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과거에는 주식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유상증자를 주가 상승 호재로 보기도 했다”며 “유상증자가 주가 밸류에이션을 고려해 이뤄지기 때문에 유증이 바로 주가 상승이나 하락으로 이어질 이유는 딱히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에 따라 유상증자의 목적이 다른 만큼 유증으로 인한 주가 가치 희석 우려에 매몰되지 말고 기업들의 가치를 분석해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센터장은 “최근 유증으로 인한 주가 하락은 과한 면이 없지 않다”며 “유증 기업 투자 시 기업 가치를 살펴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