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가 찾은 전북 부안에 위치한 동물복지 육계 제품 선도기업 ‘참프레’ 본사. KT와 손잡고 설치한 국내 유일의 ‘AI 가축질병 콘트롤센터’에 들어서자 참프레에 납품하는 육계 농장의 실시간 온도·습도 등의 정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은 감시가 더 매서웠다. 진입 차량이 제대로 방역을 했는지, 닭을 던지거나 발로 차는 등 학대를 하지는 않는지 등 당직자들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감시하고 있었다. 만약 규정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농가에 알리고 교육 조치토록 하고 있다.
참프레는 지난 201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동물복지 농장 육계 제품을 받아 가공하기 시작한 업체다. 닭에게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섞은 가스를 주입, 실신시킨 뒤 도축해 닭이 죽을 때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갖춘 곳이다. 이우주 참프레 상무는 “현재 납품을 받는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총 16농가이지만 내년 4월까지 20농가, 2019년가지 40농가로 그 수를 늘릴 계획”이라며 “현재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받는 닭의 비중이 30%이지만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프레 직원이 가축질병 콘트롤센터에서 동물복지 농장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참프레
최근 AI·구제역·살충제 계란 파동이 잇따르면서 닭·돼지고기 등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상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매년 AI와 구제역이 기승을 부리는 추운 겨울철이 되자 조금이라도 안전한 먹거리를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실제로 참프레 동물복지 인증 제품의 80%를 납품받으며 관련 시장 문을 일찌감치 연 롯데마트의 경우 동물복지 닭고기와 계란 매출이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지난해 대비 60.2%, 22.9%씩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닭볶음탕용 고기가 38.1%, 삼계탕용 고기가 88.5%씩 증가했고, 올 1월부터는 안심·아랫날개·윗날개·다리살·가슴살·다리 등 6종류를 부분육으로도 팔기 시작했다.
이마트(139480)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닭고기·계란 관련 동물복지 제품 수가 7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닭고기 3종, 계란 10종으로 그 종류를 13개로 늘렸다. 그 결과 올 들어 관련 매출 신장률이 61.9%에 달했고 이달 들어서도 54.2%라는 쾌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물복지 제품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최근 들어 각종 먹거리 위험 이슈가 불거지면서 조금이라도 안전한 식탁을 만들고 싶어하는 바람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8월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은 관련 시장 성장에 강력한 자극이 됐다.
동물복지 인증은 가축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제품에 부여된다. 농가 양육·운송·도계 과정 모두 인도적인 방법으로 진행돼야만 가능하다. 예컨대 육계의 경우 1㎡당 19마리 이하의 공간에서 매일 최소 6시간 이상 소등으로 수면권을 보장한 농가만 인증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사료·횃대·구조물 조건은 물론 수 차례 인터뷰를 통해 농민의 마인드까지 확인한다. 운송 과정에서도 닭을 함부로 쏟거나 던지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도축도 인간의 안락사와 같은 고통 없는 과정으로 실시해야 한다.
계기영 롯데마트 냉장냉동식품팀장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동물복지 인증 제품 시장이 많이 활성화됐지만 한국의 경우 인지도가 계속 낮다가 최근 들어 빠르게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가격은 보통 10% 정도 비싸지만 동물의 권리와 먹거리 안전을 모두 생각할 때 국내 시장도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안=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