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분위기는 삼성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2월 이재용 부회장 구속수감 이후 총수 공백 사태가 10개월 남짓 계속되면서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부작용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삼성은 △평택 공장의 D램 메모리 추가 투자 △충남 탕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지 조성 및 신규 투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라인 신축 등과 관련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투자계획을 확정·발표하는 시기가 내년 1월 말 무렵임을 고려하면 지금쯤 투자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것이다.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그간 투자를 결정하던 오너·미래전략실·전문경영인의 삼각 축 가운데 전문경영인을 빼고 모두 탈이 난 상황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장 실무진이 느끼는 위기감도 상당하다. ‘반도체굴기’를 내건 중국은 물론 전통의 라이벌 인텔·퀄컴 등도 전방위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에 쏟아붓는 돈만도 2025년까지 200조원에 달한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고사양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데도 투자가 지연되는 삼성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삼성의 미래도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훈·한재영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