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①]‘메크모’ 전여빈, “예쁜 배우 보단 멋있는 배우에 한 표”

사이비 종교를 실감 나게 다룬 OCN 주말드라마 ‘구해줘’에서 사이비 종교 구선원에 잠입해 취재하던 기자 홍소린,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 속 ‘최고의 감독’ 편에서 당찬 배우 후배‘ 역할을 맡은 인물은 동일 인물이다.

바로 배우 전여빈이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안엔 다양한 희로애락이 숨겨져있다. ‘씩씩함’과 ‘외로움’ 양극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배우 전여빈은 뒤늦게 연기를 시작해, <간신>(2015), <우리 손자 베스트>(2016), <여자들>(2017), <동승>(2017),<죄 많은 소녀>(2017) 등 다수의 단편/장편영화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고, 뮤직비디오, CF 등에서도 활약하며 얼굴을 알렸다.

배우 전여빈/사진=필름잇수다
특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죄 많은 소녀>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 언론과 평단,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괴물 신인으로 우뚝 섰다. 최근 막을 내린 서울독립영화제에선 독립스타상을 수상했다.

14일 개봉한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모(감독 임대형, 이하 메크모)는 시골 마을 이발사 모금산이 생의 마지막을 클라이맥스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며 고군분투하는 낭만적인 흑백영화다. 중견배우 기주봉이 찰리 채플린을 동경한 시골 이발사 모금산으로 분해 인생 연기를 펼쳤고, 오정환, 고원희, 전여빈 등 신예 배우들과 중년 배우들이 가세해 낭만적인 신구 연기 앙상블을 유감없이 선보인 작품.

‘메크모’에서 전여빈은 이발사 모금산의 수영장 메이트 자영으로 분해 엉뚱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를 선보이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모금산의 일기에 따르면 자영은 ‘외로운 사람’이다. 서울 출신으로 직장 때문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시골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은행원 자영은 모금산과 34세 나이차가 무색하게 친밀한 우정을 나눈다. 전여빈이 바라본 자영은 “외로운 상태인데 그 안에 침몰 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영화 ‘메크모’ 스틸


영화 ‘메크모’ 포스터
“‘외롭다’는 감정엔 자의적인 외로움과 타의적인 외로움이 있을 수 있는데, 자영은 직장을 위해 선택한 외로움이다. 뭔가가 결여가 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까. 금산의 입장에서 자영의 마음을 바라볼 때, 조금 젊은 사람이고 친구들과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상황일텐데 혼자 있는 게 안타깝게 느껴진 것 같다. 즉 자영이란 사람을 어여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자영이는 외로움이 있지만 그걸 부정적인 걸로 생각하지 않는 친구이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이 보고 싶을때면 다육에게 물을 준다. 수영장에 있는 그 아줌마들을 보면서 엄마나, 아버지가 생각이 났을 수도 있고, 혹은 언니나 여동생이 생각이 났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외로움’이란 공감대가 주는 힘은 강했다. 극중 모금 산 역 기주봉 배우가 일기장 내레이션을 읽는 장면은 전여빈의 친구들이 가장 공감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에 시사회 때 또래 친구들이 그 장면에서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사회 생활을 막 하고 있어서 그런지, 괜찮은 척을 하면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자영은 외로운 사람이다’고 할 때 ‘서로 힘들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메크모’는 생의 기쁨과 슬픔을 묘하게 간지럽힌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웃음이 ‘살아있다’는 행복감을 안긴다. 전여빈은 극중 모금산에게 어떻게든 인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초등학생이 나오는 장면, 모금산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고 장난을 치는 장면, 스쿠터를 타고 등장한 작은아버지 장면, 흑백 영화관 장면 등 기억나는 장면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했다. 특히나 기주봉 배우와의 호흡은 따뜻함 그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귀엽고 듬직한 무게중심이 꽉 찬 친구가 옆에 있어주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

“한번은 리딩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학로를 걸었었는데, 선배님이 무심결에 “여빈,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어.” 라고 해주셨다. 그 말이 뻔한 말임에도 이상하게 그 말이 제 안에서 뿌리가 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그 말을 잊지 않으려고 일기에 적어 두었어요. “그래 뜻이 있는 곳에 길에 있지. 이 말을 잊지 말자. 여빈아” 이렇게 썼었는데, 지난 기억들을 복귀해보면 작년이 한 해가 바로 그랬다.“

배우 전여빈/사진=필름잇수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전여빈은 나이가 있는 어른들과 친구가 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어른들을 만났을 때 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렵지 않고, 그 시간이 달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전여빈 배우가 기주봉 배우가 따뜻한 감정의 결을 주고 받았을 순간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배우다. 기주봉 역시 전여빈의 매력을 알아봤다. 최근 시사회에서 만난 기주봉은 “여빈 참 아름답다. 예쁜 배우 되지 않고 멋있는 배우 되라.”는 말을 건넸다.

“선배님이 ‘멋있는 배우가 되라’고 하시면서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그 말씀을 해주신 게 감사하게 느껴졌다. 어르신들이랑 이야기하면, 수다스럽게 나누지 않아도 한마디 한마디 진정성이 느껴져서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 때는 제 말을 해야 해서 수다스럽긴 한데, 평상시엔 오히려 거의 말이 없다, 오히려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어른들과 이야기하면 그 속도가 잘 맞는 것 같아요.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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