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정식 체인점에서 근무하는 모습 /오토야홀딩스 홈페이지 캡처
역대 최악의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에서 직원 사기를 고려해 연말연시 영업 특수까지 포기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새 인력 확보는 고사하고 기존 직원들마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퇴사할 것을 우려해 기업들이 스스로 매장문을 걸게 된 것이다. 특히 인력부족 사태가 극심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종업원 받들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지 가정식 체인인 오토야홀딩스는 이달 31일과 내년 1월1일 휴점 점포를 전년 대비 두 배로 늘릴 방침이다. 전체 직영점 150곳 중 쇼핑센터에 입점한 매장을 제외한 80곳이 대상이다. 이번 결정으로 이틀간 국내 지점은 4곳 중 1곳이 문을 닫는다. 오토야는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348개, 해외 93개 등 전 세계에서 441개 점포를 운영하는 중견 외식업체다.
오토야 지점 중 상당수가 365일 연중무휴 방침을 따르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매우 파격적이다. 구보다 겐이치 오토야 사장은 이날 정책 취지를 설명하면서 “무리하게 영업을 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휴식과 근로 방식 개선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인력절감을 위해 일절 현금을 받지 않는 영업장도 늘고 있다. 일본은 지불금액의 80%를 현금이 차지할 정도로 ‘현금대국’의 명성을 자랑해왔지만 입출금 관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반영하고 인력배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금사절’을 내거는 외식·서비스 업체들이 도쿄 등지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외식업체들이 유독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은 휴일이 보장되지 않고 야근도 잦은 직종 특성 때문이다. 고용경기가 개선되고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영업강도가 높고 노동집약적인 이들 업종에서 가장 먼저 인력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일본은행이 내놓은 업종별 단기고용판단지수에 따르면 숙박·요식업은 올해 -62를 기록하며 최하위를 보였다. 이 지수는 낮을수록 인력부족 업체들이 많다는 뜻이다. 운수·우편과 건설업지수도 각각 -40선에 달해 심각한 인력난을 보이고 있다. 기계화 대체가 힘든 서비스업 전반이 극심한 인력난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줄어도 복지에 힘써 인재를 붙잡아두려는 이례적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력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이직을 꿈꾸는 젊은 직원들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다. 신입직원 이직률이 40%에 달하는 이동통신 업계도 마찬가지다. 현지 1위 이통사인 NTT도코모는 31일부터 내년 1월3일 사이 전국 2,400개 지점 직원들이 하루 이상 쉬도록 했다. 2위 이통사인 KDDI도 같은 기간 하루 이상 휴업일을 설정하라는 방침을 전국 2,500점포에 전달했다. 3위 업체 소프트뱅크도 2018년 신정에는 일제히 휴업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