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7년도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경제는 여러 측면에서 험난한 파도를 헤쳐왔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 정도로 전망됐는데 실제로는 3% 정도의 성장을 무난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어도 성장률 측면에서는 예상을 상회하는 성장이 가능해 보인다. 이는 물론 당초 예상에 비해 빠른 증가세를 보인 반도체산업의 수출과 설비투자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 전망이 다소 비관적일 수밖에 없었던 한 가지 이유는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017년 초반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불확실성이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 정부의 재정 및 통상 정책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으며 동시에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금리 인상의 폭·시기도 금융 시장과 실물경제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 과정이나 중국의 기업부채 문제 등도 대외 불확실성 상승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으며 그 밖에 국제유가와 국제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이나 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 등 정치 일정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자주 언급됐다. 대내적으로도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은 시장경제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임에도 불확실성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실물경제에 불필요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증가할 때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늘림으로써 미래에 대비하게 되고 이에 따라 내수를 제약하게 된다. 또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가계의 자산 구성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의 비중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조정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은 불확실성이 증가한다고 판단하면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투자를 연기함으로써 경제 전체적으로 총수요 부족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생산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 불확실성으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충분히 확장하지 못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은 고용을 확대하지 못하거나 임시직 고용만 증가시키면서 전반적인 임금 상승이 둔화될 수도 있다. 금융 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더욱이 불확실성이 상승하면서 금융기관의 대출이 축소되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담보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업력이 짧은 기업일수록 더욱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사실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관찰할 수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현재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라는 것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에 비해서는 불확실성이 다소나마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여러 요인이 일부 해소된 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연구기관들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살펴보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불확실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빈도가 다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내년도 우리 경제에도 불확실성의 안개가 아직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 대내적으로 불확실성 자체를 줄이고 대외 불확실성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정책과 관련해 혼선을 최소화하고 민간과 긴밀하게 소통함으로써 가계의 소비지출이나 기업의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불확실성으로 불필요하게 위축되거나 연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는 2018년도 경제운용도 안개 낀 도로를 운전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