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생아학회와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6년 전에도 ‘그람음성균’에 감염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미숙아 2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연합뉴스
국내에서 6년 전에도 ‘그람음성균’에 감염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미숙아(이른둥이) 2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대목동병원에서 동시다발로 숨진 4명 중 3명의 미숙아한테서 나온 그람음성균이 이들의 사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20일 대한신생아학회와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2011년 5월부터 2012년 4월 사이 1년에 걸쳐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그람음성균 양성으로 진단된 미숙아 45명 중 최소 2명 이상이 몸속에 균이 침투한 상태에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미숙아에게 감염된 세균은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였다. 아시네토박터균은 이번에 이대목동병원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처럼 그람음성균에 속한다. 3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져 ‘슈퍼박테리아’로 불린다.
의료진은 당시 상황을 2014년 대한신생아학회지에 상세히 보고했다. 논문에 따르면 조사 기간에 총 597명의 신생아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이 중 45명의 미숙아에게서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CRAB)이 검출됐다.
의료진은 첫 감염환자 발생 이후 구역을 나누고 전담 주치의와 간호사를 배치해 관리하면서 병실 바닥과 보조장치를 하루 3회 이상씩 집중적으로 소독했다. 또 감염 상황이 종료되는 2012년 4월까지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1주마다 혈액배양검사를 시행하면서 경과를 관찰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2년 4월까지 총 45명에게서 균이 배양됐다. 아시네토박터균 감염자로 분류된 미숙아 7명 중 2명은 치료에도 끝내 사망했다. 나머지 38명은 코점막과 피부 등에 균이 분열 증식한 ‘집락(colony)’ 상태였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균의 집락 상태는 감염은 아닌 것으로 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는 병원에서 감염된 아시네토박터균을 사망의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네토박터 집락군 38명 중에서도 6명이 끝내 숨졌다. 이때 의료진은 마찬가지로 아시네토박터균이 검출됐을 뿐 사인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봤지만 아시네토박터균이 검출된 45명 전체롤 대상으로 하면 총 9명(20%)이 숨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의료진은 이 논문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아시네토박터균 감염의 위험 요인으로 저체중, 기관삽관(기계호흡), 정맥 영양공급, 수술 등을 적시했다. 또 의료진의 손 위생, 감염환자의 침상 위치 등에 의해서도 감염 여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런 임상적인 결과가 아시네토박터균 감염에 의한 것인지, 감염과 상관없이 환자의 기저상태에 의한 것인지는 결론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대학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교수는 “서울대어린이병원의 사례는 그 자체로도 생존 확률이 떨어지는 미숙아가 그람음성균에 감염되면 더욱 무섭게 나빠지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면서 “신생아중환자실 운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감염과 질병에 매우 취약한 미숙아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