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청년실업률은 왜 상승하는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25~29세 청년 실업률은 2010년 6.0%에서 지난해 9.2%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실업률은 4.4%에서 3.7%로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실업난이 유독 청년에게서 심함을 알 수 있다. 25~29세 남자는 상황이 더 심각해 지난해 실업률은 10.9%에 이르고 고용률은 69.7%로 일본(89.4%)이나 미국(82.3%)보다 크게 뒤쳐졌다.
KDI는 청년 실업률은 기본적으로 정보화 기술 발전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사무직·생산직 인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남자 25~29세 생산직 취업자를 보면 2000년엔 57만2,000명이었으나 올해는 28만3,0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사무직 역시 같은 기간 27만8,000명에서 23만6,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공통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다만 선진국은 전문직·관리직 등 고급 인력과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다. 고급 인력은 정보화 기술 등을 개발·활용하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서비스업의 경우 혁신상품이 일반화되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관련 서비스 수요도 같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자리 증가 효과가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다. 전문직·관리직 등에 취업한 25~29세 남자는 2007년 41만6,000명에서 올해 30만9,000명으로 줄었다. 서비스업 취업자는 같은 기간 21만6,000명에서 28만4,000명으로 늘었으나 2000년(30만2,000명)과 비교하면 후퇴한 것이다.
KDI는 전문직 등 숙련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이유로 고급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을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25~34세 청년의 평균 역량은 중상위권이다. 하지만 상위 1%의 역량은 33개국 중 최하위권으로 언어능력은 25위, 문제해결능력은 26위에 불과하다. 고만고만한 수준의 인재는 잘 키워내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는 양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KDI는 “중간에 밀집된 우리나라 청년은 취업에서도 사무직, 생산직 등 중간 수준의 일자리를 찾지만 이런 일자리는 기술혁신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는 동질적으로 양성된 청년들이 저숙련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과 함께 혁신을 유발하는 경제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점도 고급 인력 고용이 줄어드는 이유다.
서비스 일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서비스업과 관련 산업이 규제 장벽 때문에 경쟁을 촉진하지 못하고 가격 인하, 서비스 수요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