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선택설계와 이유없는 선택

네모의미학 유태영 대표와 함께하는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선택 설계 마케팅'

네모의미학 유태영 대표


‘감성으로 구매하고 이성으로 합리화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회자되는 말입니다. 주로 여성들의 구매 패턴을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비교해 보고 비슷한 대체재를 탐색합니다. 그런데 결정을 하려고 하면 왠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구매하려고 했던 생각이 보류되곤 합니다.

저는 언젠가 수동 발전기를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제품을 사용해본 적은 없습니다. 한창 산을 좋아하고 산을 열심히 다닐 때였습니다. 그래서 저런 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구매를 했지만 정작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내 친구 와이프는 묘한 구매행태를 보이는데 신발장에 더 이상 신발을 넣을 공간이 없는데도 끝없이 신발을 사온다는 거예요. 어떤 신발은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신발장만 지키고 있는대 말입니다.

내가 아는 거래처 사장님은 가방만 수십 개 있답니다. 백화점을 돌다가 맘에 꽂힌 가방은 꼭 사고야 만답니다. 때론 수백만 원 하는 가방도 거침없이 구매한다고 합니다. 때론 그런 본인이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이 없습니까?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상품을 구매하여 처박아 놓은 것은 없습니까?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만 구매를 고집하진 않습니까? 저는 같은 카테고리의 상품 중 제일 많은 것이 모자입니다. 저는 멋진 모자만 보면 남이 쓴 것도 뺏어 옵니다. 그렇게 모은 모자가 아마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왜 사람은 이러한 구매 행태를 보이는 걸까요? 왜 이유 없는 구매를 할까요?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러한 이유는 경험이란 기억과 상상, 그리고 감성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수동 발전기를 구매한 것은 과거의 기억 속에 또는 경험 속에서 발현되어 나타나는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 상상 속의 위험을 보상한다는 개념이죠.

예쁜 구두만 보면 환장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 즉, 텔레비전에서 봤든, 길거리에서 봤든, 특정 상황에서 봤든 상관없이 그 기억이 발현되어 구매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거의 기억이 미래에도 생길 수 있다는 상상과 잘 매칭 되어 구매까지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과거의 경험이 축적되고 축적된 기억은 어떤 상황에서 튕겨져 나와 상상과 연결되어 그것이 다시 감성을 자극하여 구매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이유 없는 선택의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서’, ‘연말에 있을 송년 파티에 신고 싶어서’, ‘이태리 여행 갈 때 들고 갈려고’ 이렇게 구매 이유를 말하지만 그건 그때 가봐야 알 것입니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상황 연출 이란 것을 합니다. 구두 매장에 가보면 구두만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구두를 신은 연예인이나 그 구두를 신고 남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거리를 활보하는 멋진 모델의 포스터도 함께 진열해 놓습니다. 베니스를 배경으로 멋진 핸드백을 둘러맨 모델의 살짝 내려진 선글라스 사이로 행복감을 연출해 내는 것도 다 이유 있는 마케팅 기법이죠.

이유 없는 선택을 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한 일련의 마케팅 활동은 비단 이런 경우만이 아니죠. 의류만이 아니라 냉장고, 청소기,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기보다는 분위기, 준거집단, 상황 연출, 미래에 가져다 줄 행복감 같은 감성을 자극합니다.

소비자 심리학, 진화심리학, 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의하면 이러한 소비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그러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진화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원시시대의 인간의 뇌나 지금의 인간의 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결론입니다.

변연계를 주로 사용했던 원시시대의 인간의 뇌가 호모사피엔스 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신피질의 뇌보다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아직도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신피질의 뇌가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이성적으로 비교를 해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그냥 맘 가는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직도 변연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영리한 마케터들은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나이키 광고를 보세요. 신발 사라고 하나요? 아닙니다. 나이키의 광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사를 거슬러 경이로운 기록을 경신한 스포츠맨들을 경외한다는 내용입니다.

아이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아이폰이 왜 좋냐고, 그러면 배터리 효율, 화면의 터치감 등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냥 좋아요”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선택 설계란 소비자의 맘속에 여러분의 브랜드를 슬쩍 새겨 놓는 것입니다. 그냥 좋아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드는 것이고, 맥락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좋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마치 결혼을 하신 분이 예전에 배우자를 선택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네모의미학- 유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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