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2,670건으로 중간집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건수가 2,670건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20일 종로구 KT빌딩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 가운데 실제로 검열이나 지원 배제 등의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은 1,012명, 문화예술단체는 320곳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27일 만들어진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부터 올해 7월 서울중앙지법이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문에 첨부한 범죄일람표까지 약 10년에 걸쳐 작성된 블랙리스트 12건에 대한 중간 결과 격이다.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문서·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작성돼 실제 활용됐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진상조사위는 국가정보원이 영화진흥위원회에 최승호 PD(현 MBC 사장)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자백’과 이영 감독이 성소수자를 소재로 만든 작품 ‘불온한 당신’에 대한 지원 배제를 요구한 사실을 공개했다. 또한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특정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한 양상도 확인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해 심사표를 조작해 ‘차남들의 세계사’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 ‘한국이 싫어서’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했고, ‘찾아가는 중국 도서전’을 진행하면서도 위탁도서 선정 과정에서는 회의록을 조작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5년 블랙리스트에 오른 ‘극단 마실’이 뉴욕문화원과의 매칭 사업에 선정되자 이 사업을 폐지해 버렸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민족미술인협회·한국작가회의·우리만화연대·서울연극협회 등 블랙리스트 등재 단체가 선정된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에 블랙리스트 문건이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면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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