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지난 2015년12월24일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존 가이드라인 작성 당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재판 결과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은 삼성이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을 추진하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되는지 여부를 물으면서 제정됐다. 지난 2014년7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신규 순환출자(기존 순환출자 인정)가 전면 금지됐지만 계열사간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새롭게 형성되거나 기존 고리가 강화되는 경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아 삼성이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맡긴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전체 주식(900만주) 중 500만주를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500만주)만큼을 매각하라고 했다.
이번에 공정위가 해석을 다시 살펴보면서 가장 큰 쟁점이 된 것도 이 부분이다.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는 경우 순환출자가 ‘강화’되는 것인지, ‘형성’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공정위는 이날 기존 해석을 뒤엎고 사실상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전체 주식(900만주) 모두를 매각했어야 한다”는 새로운 해석을 발표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순환출자의 고리가 ‘강화’된 게 아니라 새롭게 ‘형성’됐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처분하지 않은 400만주, 시가 5,2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관련 예규가 확정된 이후 6개월 안에 처분해야 한다.
공정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특검 수사와 재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등의 외압으로 삼성이 처분해야 할 주식 수가 9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소급적용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공정위는 “순환출자 규제와 관련된 법률은 삼성 합병 당시와 현재가 동일하기 때문에 그 해석기준의 변경은 소급효과와는 관계가 없다”며 “기존 순환출자 규제 관련 법률 해석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해석을 바로 잡아 정당한 처분을 다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새로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예규로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 2~3개월 안에 예규안이 최종 확정되면 삼성 등 기업집단들은 6개월의 유예기간 내 새로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분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