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은이 출연했던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집 있는 달팽이가 세상 제일 부러운 ‘홈리스’ 윤지호(정소민 분)와 현관만 내 집인 ‘하우스푸어’ 집주인 남세희(이민기 분)가 한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이다. 김가은은 ‘비운의 88년생’ 윤지호와 우수지(이솜 분)의 동갑내기 친구 양호랑을 맡아 연기했다.
|
김가은이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양호랑을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는 바로 ‘편하게 연기하기’였다. 자신과 닮은 곳이 많은 캐릭터이기에 김가은은 캐릭터를 특별하게 꾸미기 보다는 카메라 앞에서 평소의 자신의 모습을 더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긴 것이다.
“지호와 수지와 있었을 때 나오는 호랑이의 모습이 실제 저와 닮았어요. 극중 호랑이는 울기도 많이 울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아이였는데, 저 역시 친구들과 있으면 그런 모습들이 나오거든요. 드라마에 나올 때마다 친구들이 모니터를 해주는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가은아, 가장 너답게 연기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게다가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지호와 호랑이, 수지 모두 88년생이었잖아요. 제가 89년생이지만 88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터라 ‘비운의 88년생’에 더욱 공감이 갔어요. 어느 날은 대본에 있던 ‘비운의 88년생’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다들 웃더라고요. 그거 외에도 친구들이 공감했던 내레이션들이 참 많았어요.”
김가은이 연기한 양호랑은 대놓고 ‘취집’을 꿈꾸며, 대학시절부터 7년 째 사귀어 온 심원석(김민석 분)과 동화 같은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인물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여자 양호랑과 결혼이라는 현실이 두려운 남자 심원석을 중심으로 장기간 연애를 한 커플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결합을 다루면서 안방극장의 공감을 샀다.
|
김가은과 김민석이 연기한 양호랑-심원석 커플은 ‘7년 동안 만났는데 5분 만에 헤어진 커플’로도 많은 눈길을 끌었다. 오랜 기간 동안 연애를 했던 커플이 헤어지게 되는 순간과 이유를 현실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심원석과 이별 후 양호랑은 급식체를 구사하기는 하지만, 자신과 잘 맞는 결혼하고 싶은 남자 신영효(강성욱 분)와 만나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양호랑의 선택은 심원석이었지만, 남녀가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다 다시 재결합하기까지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별이야 말로 현실이었어요. 7년간 연애를 한 건 아니지만, 저 역시 헤어짐의 경험이 있기에 둘의 이별이 공감이 가더라고요. 만약 제가 호랑일 경우 영효 같은 남자가 나타난자면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호랑이가 그동안 이상적으로 그려왔던 결혼하기 좋은 남자가 바로 영효였잖아요. 호랑이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었기에 한 번쯤은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호랑이였어도 저는 영효가 아닌 원석이를 택했을 것 같아요. 영효가 싫어서가 아닌, 7년 연애를 하면 분명 남들은 모르는 믿음이 있을 거잖아요. 내가 호랑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상상을 해봤는데, 저 역시 다시 원석이에게 돌아갔을 것 같아요.(웃음)”
극중 양호랑의 선택은 심원석이었다. 그렇다면 양호랑이 아닌 김가은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어떤 남자 캐릭터에 더 끌림을 느꼈을까. 김가은은 심원석이 아닌 박병은이 연기했던 마상구를 선택했다.
“캐릭터만 봤을 때 마상구가 ‘마블리’로 불릴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웠잖아요.(웃음) 많은 여성분들이 마대표님의 캐릭터를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수지에게 하는 것만 봐도 정말 잘해주잖아요. 장난기는 많은데, 자기 여자를 뭔가 든든하게 지지해 줄 것 같은 느낌, 진짜 내편해줄 것 같은 그런 캐릭터가 마상구였던 거 같아요. 하하.”
30대 초반의 청춘들의 연애와 결혼관을 다룬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안방극장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김가은 역시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연기하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김가은의 표정에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 있었다. 작품이 끝나 아쉽냐는 질문에 김가은은 “좋아했던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엔딩이 좋기는 한데,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열린 결말이니 다음 이야기가 더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시즌2’ 만들자고 이야기해요. 배우들은 물론이고 감독님, 스태프 모두 정말 좋았거든요. 모두 입을 모아서 이 멤버 그대로 시즌2 만들었으면 좋겠다 싶은 거죠. ‘시즌2 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적지 않더라고요. 결말도 열려있었고, 16부작 안에 넣기에. 원석이와 호랑이 이야기는 더 다룰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해요. 하하.”
시즌2를 먼저 언급할 정도로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이는 김가은은 이 작품이 자신에게 더 특별하게 남게 된 이유를 고백했다. SBS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와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하기 전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것이다.
|
김가은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연기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즐기면서 했으며, 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 조급함이나 그런 것은 없어요.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하고 나서, 한 번 더 현실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하하. 마지막회 대본에 윤난중 작가님께서 ‘마음을 담아서 건투를 빈다’고 적어놓으셨거든요. 그거 보면서 뭔가 울컥했거든요.”
2017년을 부지런히 달려온 김가은이 꿈꾸는 2018년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배우’였다.
“옛날에는 한 해가 시작되면 계획을 거창하게 세워놓고, 다이어리 사고 그랬는데, 내년이 와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돼서 인지, 요즘은 그러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하하.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올해처럼 좋은 기회가 와서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좋은 사람과 만나서 작업하는 즐거움을 깨달았으니, 2018년도에도 장르를 떠나서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