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그때 그 시절...유재하의 ‘가리워진 길’부터 마이마이 디테일 탄생 비화

압도적인 몰입감, 배우들의 열연, 강한 울림까지. 완벽한 3박자를 갖춘 영화로 호평을 받고 있는 <1987>에서 1987년으로 되돌아 간 듯, 당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낸 소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1987>이 87년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한 소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영등포교도소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수감 중인 민주화 운동 인사와 도피 중인 재야인사 사이에서 비밀 서신 배달한다. 검문에 걸리면 국가보안법 사범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진실이 담긴 잡지책을 퇴근길에 챙겨 나른다. 이때, 교도소 밖으로 들키지 않고 진실을 전하는 방편으로 등장하는 잡지책이 ‘TV가이드’다. TV가이드는 당시 주간방송편성표 및 방송 프로그램 소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잡지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보통 영화에서 소품으로 사용하는 잡지는 단순히 출력해서 사용하지만, <1987> 속 잡지는 87년 당시에 사용했던 종이의 무게와 재질을 그대로 재현했다. 특히, 수감 중인 민주화 운동인사 ‘이부영’(김의성)이 교도소에서 ‘한병용’에게 넘겼던 TV가이드는 실존인물이 쓴 편지를 토대로 똑같이 재현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더할 것이다.

‘한병용’은 검문에 걸리기 딱 좋은 인상 탓에 조카 ‘연희’(김태리)에게 서신 전달을 부탁한다. 매번 서신 전달 때문에 티격태격하기는 하지만 87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연희’를 위해 깜짝 선물을 하는데, 그것이 바로 ‘마이마이’. 당시에 걸어다니면서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혁신적인 일이었고,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이마이의 인기와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1987>을 촬영하면서 마이마이를 처음 본 ‘연희’ 역의 김태리는 “실제로 마이마이를 보니 정말 귀여웠다. 당시 ‘연희’가 얼마나 좋아했을지 이해가 갔다”며 소품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또한 ‘연희’가 즐겨듣는 노래로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 등장해, 관객들을 1987년의 시간 속으로 완전히 빠지게 만들 예정이다.

이외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서류들을 제작할 때, 현재의 타자기가 아닌, 80년도에 만들어진 타자기로 직접 활자를 쳐서 리얼함을 살렸다. 대공수사처, 서울지검 등 당시 기관 및 부서마다 사용하는 서체가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각 서체별로 실제로 쓸 수 있는 분을 섭외해서 한 글자 한 글자 완성해나갔다. 이렇듯 철저한 고증과 정교한 디테일을 더한 소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리얼리티를 더한 <1987>은 관객들을 1987년의 시간 속으로 이끌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장준환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김윤석-하정우-유해진-김태리-박희순-이희준 등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 시너지가 더해져, 강렬한 드라마와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1987>은 12월 27일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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