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원내대표 만찬 회동에서 핵심법안 처리를 약속한 지 나흘 만인 22일, 12월 임시국회를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몇 년째 공방만 벌이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경제활성화 법안 중 가장 시급하다는 평가는 받는 것은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별로 전략산업을 지정해 관련 규제를 없애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안을 준비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청와대의 반대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료와 관광·교육·금융 등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안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의료·교육 분야를 넣을 것인지를 두고 공방만 벌이는 상태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공공 영역까지 민영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은행법’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의결권 4%)할 수 있도록 규제한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혁신을 위해서는 은산분리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전날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은산분리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신용공여한도를 두 배로 늘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여야 간 합의가 됐는데도 내년으로 밀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일 초대형 IB의 신용공여한도를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하되 늘어난 100%는 중소기업 대출로만 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3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새롭게 이견이 제기되면서 9개월 만에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아 내년 2월 임시국회까지 2개월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까지 내년 4월께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3당은 기업 규모별로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 시행하고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합의안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이 안이 결렬되면서 대법원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당장 이행하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다면 기업이 받는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