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뉴욕=EPA연합뉴스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거부하는 ‘예루살렘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됐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유엔은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특별 본회의를 열어 이른바 ‘예루살렘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유럽 각국 등 128개국이 찬성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9개국만 반대했으며 35개국은 기권했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과테말라·온두라스·마셜제도·미크로네시아·나우루·팔라우·토고 등 상당수가 미국과 자유연합협정(COFA)을 체결한 뒤 군사·재정적 지원을 받는 나라들이었다. 기권 국가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온 중남미 국가 상당수와 캐나다·호주 등이 들어갔다.
결의안은 “예루살렘의 성격, 지위, 인구 구성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어떤 결정이나 행동도 법적으로 무효”라며 이 같은 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예루살렘 지위에 관한 최근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이번 회의는 아랍권 국가들과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표한 터키와 예멘의 요청으로 개최됐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과반의 지지를 받으면 채택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상징성은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이 공식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일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반대하는 표를 던질 테면 던지라”며 결의안 찬성 국가들에 대한 지원금 삭감 등 엄포를 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유엔총회 표결 결과에 즉각 반발했다. 앞서 그는 각국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표결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어떤 나라들이 우리에게 맞서 반대 투표하는지 보고하라고 내게 요청했다”고 압박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유엔총회장 연단에서도 “미국은 이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