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분팔기 나섰지만...한화S&C·SK D&D 매각 희비

공정위 압박에 지분정리 속도
"한화S&C 그룹사업서 수익창출"
PEF 몰려들어 한달만에 딜 성공
"매각 후 오너일가 영형력 없을 것"
SK D&D는 두달째 매각여부 안갯속

SK케미칼(006120) 부회장의 SK D&D 지분 매각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이라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기존 사업의 수익성과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며 PE들의 인수 전략도 달라졌다. 한화S&C는 속전속결로 처리된 반면 SK D&D의 지분 매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 D&D 지분 매도자 측은 최 부회장의 소유분 24% 매각 입찰에서 여타 후보들이 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모건스탠리PE만 남았다. 매각 측은 모건스탠리PE와 두 달째 단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내 매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협상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이와 달리 한화S&C의 물적분할 후 나온 지분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PE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서둘러 인수했다.

한화그룹과 SK그룹의 오너 지분 매각은 올해 PE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운 딜이다. 두 회사 모두 그룹의 핵심계열사일 뿐 아니라 각자 사업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SK D&D는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 등 다수의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만큼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여 외국계 투자가들에 되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다. 한화S&C도 한화에너지를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에너지는 삼성·한화그룹 빅딜 과정에서 인수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39.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오너 일가 3형제가 지분 전체를 보유하고 있어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PE 업계에서는 한화S&C의 기업가치를 높여 그룹 지주사인 ㈜한화와 합병해 승계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알짜 매물이었던 두 회사의 매각은 향후 사업성과와 기존 그룹과의 관계에 따라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감 몰아주기 이슈 등 끊임없는 잡음에 휩싸이자 한화그룹은 한화S&C를 물적분할한 뒤 스틱 컨소시엄에 분할된 사업 부문 지분 44.6%를 2,500억원에 매각했다. SI 가격 책정 등 정책 및 규제 이슈에 대한 위험회피조항 등 까다로운 조건이었지만 한 달 만에 지분 정리를 끝냈다. 인수한 스틱 컨소시엄 측은 한화S&C의 경영권을 인수하지는 못했지만 그룹과 연관된 사업에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화S&C는 지분 일부를 팔았지만 나머지 지분을 오너 아들들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데다 그룹사 물량을 여전히 소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S&C와 비슷한 시점에 지분을 내놓았지만 매각 후 오너 일가의 영향권이 없을 것으로 SK D&D를 평가하자 시장의 반응이 싸늘해졌다. 네 곳의 후보가 본입찰에 참여해 경쟁하던 한화S&C와는 달리 SK D&D는 두 곳의 후보가 참여했다가 결국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검토를 중단하며 모건스탠리PE 단독 협상이 진행 중이다. IB 업계에서는 SK D&D는 기본적으로 계열사 물량이 확보돼 있지도 않을뿐더러 사실상 그룹의 ‘메리트’가 전무하다고 분석했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SK D&D의 지분을 오너 일가가 판다면 SK라는 이름만 남을 뿐”이라며 “대기업 지분 매각에서 PE 입장에서는 향후 사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매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자금 회수(엑시트) 여부에서도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설명이다.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재무적 투자자(FI)인 PEF 운용사들은 엑시트 여부가 중요하다. 인수 후보들에게 상장 가능성을 확인시킨 한화S&C와는 달리 SK D&D는 재매각이나 상장 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에서는 한화S&C가 상장을 하거나 비슷한 성격의 한화 계열사가 한화S&C 사업 부문 법인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 등이 활용될 것”이라며 “한화S&C를 인수했던 스틱이 SK D&D를 검토하다 중단한 뒤로는 이렇다 할 관심을 가진 후보들이 없다”고 말했다.

/김보리·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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