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신과 함께’ 하정우, ‘나태 지옥’ 앞에서 당당한 이유

“(웹툰 원작가)주호민 작가의 말이 딱 맞는 거 같다. 웹툰은 제주 설화를 조려서 만든 거고, 영화는 웹툰을 다시 조려서 만든 작품이라고 표현하셨다. 그 말에 공감했다. 각각 독립적인 매력이 있다. 원작 팬들은 영화를 보시고 아쉬움도 분명 있겠지만, 영화 ‘신과 함께’의 독립적인 매력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 개봉 4일 째 200만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 중이다. 그 중심엔 ‘신과함께’(감독 김용화)와 ‘1987’(감독 장준환)로 연말 극장가의 주인공으로 선 배우 하정우가 있다.

20일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제작 리얼라이즈 픽쳐스, 이하 ‘신과 함께’)은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배우 하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하정우가 영화 ‘신과 함께’ 속 카리스마 넘치는 차사 강림으로 돌아왔다. ‘터널’, ‘아가씨’, ‘암살’, ‘군도: 민란의 시대’ 등 장르를 불문하고 늘 캐릭터와 하나 되는 배우 하정우는 원작 속 차사 캐릭터와 변호사 진기한의 역할이 합쳐진 차사 강림 역할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김용화 감독은 원작에서 변호사였던 ‘진기한’ 변호사를 없애고 삼차사에 그 역할을 부여한 이유는 “영화는 2시간 10분 안에 하나의 시점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임을 밝힌 바 있다.

“삼차사는 수홍(김동욱)과 자홍(차태현) 형제 그들을 재판장에 데려다주는 임무를 맡았다. 마찬가지로 강림은 이승과 저승 모두를 아우르며, 관객들을 저승 세계에 잘 데려다주는 가이드 역할이다. 감독님이 디자인하고 지시해 놓은 표현 방식과 ‘강림’이라는 캐릭터의 느낌이 영화의 드라마를 끌고가는 데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을 소화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최대한 절제하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

‘신과함께’는 현란한 CG와 판타지적인 요소, 감동적인 요소가 작품 곳곳에 포진 돼 있다. 그럼에도 원작 웹툰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정우는 “웹툰 팬 분들이 이야기 하는 것도 이해가 되고, 김용화 감독님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고 솔직한 속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웹툰은 그만의 매력이 있고 영화는 영화 대로 매력이 있으니 있는 그대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귀여운 당부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나도 예전에 게임 ‘스타 크래프트’ 가 영화화된다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막상 ‘스타쉽 트루퍼스’가 나오고 나서, 관람하고 무지 실망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웹툰 원작 팬이 영화를 보고 실망하는 마음이 이해는 간다. 사실 이전 출연작인 영화 ‘멋진 하루’도 일본 단편이 원작이었‘고 제가 연출한 ‘허삼관’도 원작 소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웹툰 속 진기한 캐릭터나 살살이꽃 같은 콘텐츠가 없어 아쉬워할 것 같다. 하지만 원작과 비교하는 걸로 영화를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정우는 CG(컴퓨터그래픽) 작업에 앞서 그린 매트 위에서 연기한 부분에 대해 “되게 민망했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영화 ‘매트릭스’와 ‘아이언 맨’을 다시 관람하며 CG 연기에 대해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이 민망했다. ‘강림’의 손에서 광선이 나가고 날아다니는 등 좀 웃기지 않나. 순간이동 때보면 제가 ‘촤아~악’하면서 이동하기도 한다. 감독님께서 나중에 CG 처리 다 하니까 민망해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사실은 그 장면을 현실에서 보고 있으면 상당히 민망하다. 이정재씨 염라대왕도 상당히 독특했다. 정재 형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염라언니’로 정의를 했는데 고함 지르는 게 되게 엉뚱하고 웃기지 않나. 염라대왕이 이탈리아스럽게 구현이 됐다.(웃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형님이 정말 연기파 배우임에도 정색하고 집중해서 ‘아이언 맨’을 연기하지 않나. 그걸 떠올리며 ‘내가 못할 게 뭐냐’ 싶더라. “

이날 하정우는 ‘신과 함께’를 1년 동안 찍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과 함께’에서 하정우의 가슴에 가장 와 닿은 말은 ‘용서’였다. “‘죽기 전에 이승에서 용서를 받은 사람은 저승에서 더 이상 심판하지 않는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도 ‘지은 죄가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거다.”

‘신과함께’의 1부 ‘죄와 벌’은 저승 편을, 2부는 이승 편과 신화 편을 담았다. 1부와 2부를 동시에 연달아 촬영했다. 먼저 ‘자홍’이 재판을 받고, ‘수홍’의 이야기를 삼차사의 시점으로 그린 1부가 지난 12월 20일 개봉했으며 2부는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이다. 하정우는 “영화 1부를 관객들이 보셔야, 2부의 진정한 가장 뜨거운 지점까지 데려갈 수 있다.” 며 “1부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많았으면 한다”는 책임감과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배우 하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배우 하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1부가 삼차사가 ‘자홍’을 데리고 재판으로 가는 과정이라면 실제 삼차사의 드라마는 2부에서 시작된다. 삼차사가 된 천년 전 경위와 염라와의 관계가 드러난다. 그만큼 삼차사의 감정의 표출이 2부에 집중돼 있다. 2부에선 강림도 그렇지만 염라언니인 이정재씨의 비중도 더 늘어 날 듯 보인다. 성주신 마동석과의 갈등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매력은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 재판을 통해 사는 동안 누구나 짓게 되는 크고 작은 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하정우 역시 그 점에서 공감도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지옥이 있었으니 바로 ‘나태 지옥’이다. 통과율 200%이다.

‘저승의 7개의 지옥 중 ‘나태 지옥’ 빼곤 다 걸릴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이 오지랖을 뻗치고 있어서 그런지 타의적으든 자의적으로든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은지 12년이 지나고 있다. 열심히 살아왔으니 나태 지옥 쯤은 통과시켜주지 않을까“

‘신과 함께’ ‘1987’ 두 영화를 마치고 하정우는 올 11월까지 또 다른 작품 ‘PMC’를 찍었다. 세 번째 연출작인 ‘코리아타운’(가제)도 기획 중이다. 일주일 차로 두 영화가 개봉하는 가운데 언론 인터뷰를 앞두고 그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생각했어요.” 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하와이로 향해 250km를 걷고 왔다”고 했다.

“올 한 해 잘 한 일을 말하라고 하면, 최근 하와이로 가서 열흘간 하루에 열 시간씩, 250km를 걷고 온 일이다. 연말에 작품이 연달아 개봉하면서 저 혼자만 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중립을 지켜야 해서)어디에도 감정이 가지를 않더라. 올 한 해 정말 좋았던 일은 2017년 마지막 날쯤 되면 알지 않을까. 그때 쯤 되면 두 영화가 모두 개봉해서 어느 정도 스코어가 나와있을테니.”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