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마켓/대우건설 인수전 참여 엘리언 정체보니]중국 정부의 투자회사...'일대일로에 대우건설 활용'야심

阿·동남아시장 진출확대 위해
中, 대우건설 브랜드파워 필요
인수전 참여한 엘리언홀딩스
사실상 中 외환관리국 산하로
예상보다 높은 가격 써낼수도

중국 정부가 대우건설(047040)을 인수해 신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환관리국 산하 투자회사를 대우건설 인수전에 투입했다. 중국 건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 대우건설 이름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출시키겠다는 속셈으로 읽힌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엘리언홀딩스는 2012년 세운 중국국영투자회사인 CNIC코퍼레이션이 100%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이다. CNIC코퍼레이션은 중국 외환관리국이 두 개의 자회사를 거쳐 9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엘리언홀딩스는 중국의 국부펀드 등을 관리하는 외환관리국의 투자회사인 셈이다.

애초 엘리언홀딩스는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아 적격인수후보자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이하 중국건축)와 손잡으면서 18일 대우건설 경영진 설명회에 참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건축은 전략적투자자(SI), 엘리언홀딩스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은 기업가치를 보는 시각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써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소 2조원에 달하는 대우건설 몸값을 감당할 인수자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국영 투자사인 엘리언홀딩스가 FI로 참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중국투자 전문가는 “외환관리국의 투자집행 역할을 하는 엘리언홀딩스의 참여를 유심히 봐야 한다”며 “중국정부가 중국건축의 대우건설 인수에 힘을 싣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엘리언홀딩스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표 첸궈싱은 2014년 새만금투자청이 개최한 한중경제협력 포럼에서 중국의 부동산 개발 전문가로 소개됐다. 당시 첸 대표는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중국계 인사로부터 추천을 받았으며 새만금개발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투자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엘리언홀딩스는 중남미를 중심으로 자원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FI로 참여해 성과를 거뒀다. 2014년 중국의 국영 광산기업인 CITIC메탈이 호주의 미네랄메탈스그룹과 컨소시엄이 페루 라스밤바스 광산에 총 10조원을 투자할 때 FI로 참여해 22.5%의 수익을 올렸다. 라스밤바스 광산은 2015년부터 구리를 생산하기 시작해 2016년에는 25만톤 이상을 생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는 저개발 국가에 인프라를 건설해주고 우수한 광물자원을 확보하는 전략이 포함돼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러시아를 포함해 아시아를 거쳐 인도와 아프리카·유럽에 이르기까지 인프라는 물론 통상·산업·지역개발을 아우르는 중국의 대외 경제 그랜드 플랜이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에 카자흐스탄 방문에서 공식화한 뒤 현재까지 각 나라에서 다양한 인프라 건설과 투자기구 설립, 경제협력 포럼을 열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대우건설을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건설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과거 식민국가였던 이들 국가는 서방의 지원에 거부감이 커서 경제원조에 가까웠던 중국의 인프라 투자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중국 건설사들이 건설 현장에 중국인들을 고용하고 기술전수 약속을 어기며 동남아·아프리카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특히 일부 공사에서는 부실까지 드러나며 중국 건설사나 투자사의 제안을 거부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사업은 현지의 복잡한 토지수용 문제로 공사가 늦어졌고 파키스탄에서는 디아메르-바샤 댐 건설을 놓고 현지인들이 반발해 건설이 무산됐다. 태국과 베네수엘라, 리비아의 고속철은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해외건설 상황이 악화되며 중국 정부는 대우건설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 대우건설은 1977년부터 중동과 아프리카·동남아에서 꾸준히 길을 닦은 덕에 알제리·베트남·인도·카자흐스탄 등을 중심으로 수주를 넓히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의 브랜드 가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높다. 다만 대우건설도 저유가와 정치적 내전으로 이라크·알제리 등 중동 지역 수주 일부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일부 수주가 백지화됐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적격인수자인 호반건설이 상대적으로 국내 주택사업의 강자여서 국내외 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대우건설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분리매각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이 같은 전망을 일축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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