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블루홀 ‘베틀그라운드’펄어비스 ‘검은사막’
한국산 게임의 중국시장 진출이 10개월째 얼어붙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등을 계기로 한국게임에 대한 중국의 판호(출시 허가)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핑계 삼아 자국의 게임 육성을 위해 한국산 게임의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국산게임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획득한 판호는 지난해에 비해 21%에 불과할 전망이다. 판호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게임에 대한 출시허가로 지난해까지 온라인게임에만 적용해왔지만 올해부터는 모바일 게임으로 확대 적용됐다.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간의 갈등이 불거진 지난 3월부터 국산 게임에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국산 게임 중 중국에서 획득한 게임은 지난 2월 판호를 얻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창전왕자’ 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한중 관계가 다소 풀리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게임업계는 마지막까지 판호 발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와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이 지난 13~14일간 진행된 문 대통령의 중국 경제사절단에 게임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이름을 올려 판호 발급 재개 등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 시장에서 판호를 받은 국산 게임의 수도 지난해 28개에서 올해는 6개로 급감할 전망이다. 중국 광전총국이 지난 상반기 발급한 판호건수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38.7% 증가한 5,000건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국 게임은 철저히 배제당한 셈이다.
중국 게임시장의 문이 좀처럼 다시 열릴 기미가 안보이면서 국산 게임들의 글로벌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모바일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과 온라인게임인 ‘검은사막’이 올해 초 판호를 신청해 허가를 기다리고 있고 이밖에도 ‘배틀그라운드’도 등 약 10여종의 게임이 판호를 기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최근 한중관계 개선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새해에는 분위기가 다소 바뀌지 않겠냐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은사막’이 지난 19일 중국 하이커우에서 진행된 ‘2017 중국 10대 게임 시상식’에서 ‘2018년 중국에서 가장 기대되는 10대 온라인 게임’ 중 1위로 선정되고, 배틀그라운드의 유사 게임이 출시되는 국산 대작들에 대한 중국 이용자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초까지도 여전히 판호 발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판호를 받는 것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치적으로는 한중관계가 다소 풀리고 있다고 해도 중국이 자국 게임 육성과 경제보복의 효과를 각인시키기 위해 당분간 국산게임에 판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