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미리 대비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지금은 상여금을 짝수달에 지급해 월급이 들쑥날쑥한데 나눠서 지급하면 최저임금 논란도 피하고 근로자들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상여금을 매월 분할 지급해도 수당이나 퇴직금은 기존과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상여금을 월할 지급하더라도 기본급에 넣겠다는 것이 아니다. 퇴직금의 경우 기존에도 퇴직금을 산정할 때 상여금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상여금을 분할 지급해도 총액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회사 측의 방안에 대해 일부 노조원들은 “상여금과 최저임금은 별개의 문제”라며 “상여금은 기존대로 지급하고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대우조선해양(042660)노사는 최근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해 개인연금(연 48만원), 설·추석 선물비(연 20만원), 간식권(연 12만원), 이·미용권(연 9만5000원), 품질향상 장려금(연 36만원), 열정한마당 장려금(연 6만원) 등의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 직원 중 10~20%가 상여금을 제외한 기본급으로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수당의 기본급 전환으로 상당수가 최저임금 미달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내년부터 기본급이 오르면서 퇴직금이 늘어난다. 또 성과급은 기본급과 연동되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 회사 이익이 늘어나 성과급을 받게 되면 성과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작년과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도 받지 않기로 동의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내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높아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에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상황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임금 협상을 못 했는데, 내년에 3년치를 한꺼번에 할 예정”이라며 “당장 내년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문제가 없지만, 1만원까지 계속 오른다면 (임금체계 개편을)검토해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조선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 전에 임금 체계를 개편하려는 이유는 대부분 호봉제 임금체계를 갖고 있어 호봉이 낮은 사원의 임금을 올려주면 전체적으로 임금을 높여야 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 대우조선해양처럼 기본급을 인상하면 성과급이나 퇴직금 등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조선업체들이 협력사에 지급하는 인건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견 조선사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협력사 인건비도 오르기 때문에 전체 인건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이 아직 어려운 상황인데, 인건비까지 오르면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