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지분 20%로 강화 땐 추가 지분 팔아야 할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기업 집단엔 '발등의 불'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 집단에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 상장사(비상장사는 20%)와 연간 매출액 2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거나 내부 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12% 이상일 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돼 있다. 문제는 관련 규제 강화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돼 기준 자체가 더 깐깐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 이미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을 30%에서 20%로 비상장사와 같은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설사 이번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가 불발돼도 해당 기업으로서는 추가 지분 매각 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입장이다. 실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기업들은 총수 일가의 상장사 지분을 29.9%만 남겨 규제 칼날을 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기업은 당장 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공정위의 관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지난 2015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13.5%를 팔아 총수 일가 지분율을 29.9%로 맞췄다. 현 정부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현대차는 내부 거래를 줄이거나 지분을 추가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분율이 경영권과 맞물려 있고 물량을 받을 기관투자가를 구하기도 어렵다. 이노션의 오너 지분도 29.9%로 마찬가지 상황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경영권 승계, 순환출자, 지주사 전환 등을 따져야 돼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상장사 지분과 맞물린 기업의 경우 19.9%로 총수 일가 지분을 맞춰 놓아 그나마 형편이 낫다. 한화는 올 하반기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비상장사 한화S&C를 지분 매각한 후 물적 분할 등을 통해 총수 지분이 없는 회사로 만들었다. 코오롱도 최근 이웅열 회장이 현물 출자 등을 통해 코오롱 에코원 지분을 20% 밑으로 떨어뜨렸다. LG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 비상장 계열사 판토스의 오너 일가 지분을 19.9%로 맞춰놓았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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