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총사’가 ‘그곳에서 살아보기’라면 ‘서울 메이트’는 그 반대에 놓인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이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머무는 곳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박상혁 PD 특유의 소소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는 ‘서울메이트’에서도 여전했다.
사진=조은정기자
비록 ‘무한도전’ ‘불후의 명곡’ 등 경쟁프로그램들이 쟁쟁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조용히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자들의 끌어당기고 있다. Q. ‘섬총사’를 하는 동시에 ‘서울메이트’도 함께 진행하게 됐어요, ‘서울메이트’를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섬총사’가 이렇게 오래 갈지 몰랐어요(웃음) ‘서울메이트’는 이미 기획 팀이 꾸려진 상황이었었어요. ‘실제 집에 다른 사람들끼리 같은 방을 쓰는 것이 어떨까’기 재미 포인트이죠. 다행인 것이 MBC 에블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잘 되면서 외국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덩달아 ‘서울메이트’도 덕을 본 것 같아요. ‘서울메이트’를 찍으면서 연예인들은 호스트를 해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웃으면서 서로가 가까워지는 그런 관계를 다루고 싶어요. 다 찍고 편집하느라 딜레이가 됐고…그렇게 진행이 됐어요. ‘서울메이트’는.”
Q. 현재 ‘서울메이트’에서는 김숙, 이기우, 장서희, 김준호 네 명의 호스트가 외국인을 이끌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들 모두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집을 공개한다는 것은 민낯을 공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그러다보니 처음 출연지들의 부담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촬영 첫 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더라고요. 내가 사는 공간에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이 들어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안 쓰던 영어를 쓰고 하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심지어 카메라도 있고, 이걸 3일 동안 찍어야 하다 보니 부담이 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한 건 처음에는 그렇게 어색해 하다가 두 번째 날부터 정이 들고, 이후에는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 한다는 거죠.. 하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는 법이에요. 억지로 하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제작진이 ‘어떻게 하세요’라는 지시를 할 필요도 없이 췰연진 모두 자신의 집에 온 외국인들에게 하나하나 꼼꼼하게 잘 챙겨주고 알려주고 호스트 생활을 즐겁게 소화해 주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웃음) ”
Q. ‘서울메이트’에 출연하는 사람들 모두 자신에 집에 머문 외국인들에게 최선을 다하더라고요.
“사실 김숙 씨의 경우 자신은‘ 절대 요리 안한다’고 하셨던 분이셨어요. 그런데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는 파비안, 엘레나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있고, 김준호는 한국의 노비문화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정작 호스트가 되니 바쁘게 뛰어다니더라고요. 물론 김준호의 경우 저희가 부려먹지 못하도록 일부로 50대 아주머니를 모신 것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더라고요. 김숙과 김준호 외에도 모든 출연자들이 뭐라도 챙겨주고, 가서도 계속 사주고 그러더라고요. 초반에는 긴장을 하지만, 이후에는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해주어서 감사하고 참 좋아요.”
사진=조은정기자
Q.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예전 박상혁 PD가 연출했던 ‘룸메이트’와 어느정도 유사성이 있는 것 같아요.“사실 ‘룸메이트’는 그 당시 혁신적인 프로그램이었어요. 하우스쉐어를 하고,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하루를 보는 것이었는데, 사실상 ‘룸메이트’는 성공한 프로그램은 아니었어요. 왜 ‘룸메이트’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린 결론은 ‘리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시 ‘룸메이트’는 리얼이 아닌 ‘청춘들의 시트콤’이었거든요. 일종의 판타지였죠. 사람들은 ‘진짜’를 보기 원했는데, 저희가 보여준 건 ‘판타지’다보니 사람들이 외면한 거죠. 그때 집이 무척 화려했어요. 연예인들이 사는 곳이 현실적이라는 것이 페이크로 생각했었거든요.”
Q. 어쪄먼 ‘룸메이트’가 ‘서울메이트’의 반면교사가 돼 주었을 것 같아요.
“사실 ‘서울메이트’는 사실 ‘룸메이트’의 문제점을 보안해 시즌3로 준비했던 기획이었어요. ‘룸메이트’ 당시 느낀 것이 낯설고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한 공간에 모이는 것들이 처음에는 재미있는데, 그 다음에는 할 것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거죠. 서로 분야가 다르니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힘들고, 그러다보니 결과물이 좋지 못했죠. 심지어 너무 화려하다보니 보는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을 못했던 거죠.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진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끝에 탄생한 것이 ‘서울메이트’와 ‘섬총사’였어요. ‘룸메이트’는 재미있는 예능 요소인데 시행착오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진짜와 진짜의 관계, 그리고 진짜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어요.
Q. 현재 ‘서울메이트’에 호스트로 출연한 연예인이 총 4명이잖아요. 혹시 이들 외에 호스트로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실제 연예인 부부가 호스트로 출연하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영어를 잘 하는 호스트도 좋을 것 같아요. ‘문제적 남자’에 출연하고 있는 김지석 씨가 영어를 잘 하더라고요. 영어 잘 하는 김영철 씨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김영철 씨의 경우 그의 집에 들어가는 게스트에게 각서 하나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아무리 시끄러워도 도망가지 않겠다고.(웃음) 이들 외에도 다양할 것 같아요. 나이 많은 부부들, 가족 단위 등.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서울메이트’ 말고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토크쇼를 준비하고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토크쇼가 각광을 받는 장르가 아닌데, 굳이 어려운 토크쇼를 준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원래 이야기를 좋아해요. 그리고 사실 톱스타가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은데, 정작 신인이라든지 얼굴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스타들이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없거든요. 끼 많은 이들이 참 많은데, 정작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요. 요즘 뜨는 새로운 사람을 소개하고 발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를 토크쇼로 풀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죠. ‘힐링캠프’ 스타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와 정반대에 있는 토크쇼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발굴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토크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출연자들의 인원수는 일단 많아요. 톱스타와 신인, 아이돌 등 다양한 이들이 출연해 어우러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강호동 씨와 ‘강심장’을 통해 토크쇼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있어서 잘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웃음)”
사진=조은정기자
Q. 새 토크쇼 MC로 왜 강호동이었나요?“PD 입장에서 강호동 씨가 좋은 것이, 강호동은 기본 적으로 남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이에요. 이를 테면 강호동이 누군가에게 ‘어머님 어떻게 사세요?’라고 묻는데,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분량을 뽑아야지’가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에요. 강심장을 강호동 1년, 신동엽 1년 이렇게 호흡을 맞췄었는데, 신동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어떻게 받아쳐서 분위기를 가볍게 잘 흘러갈까를 생각한다면, 강호동은 말을 하는 그 사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물어보는 거죠. 자칫 녹화 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PD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마운 일이에요. 그러면서 어느 프로그램에서 하지 않는 이야기를 이끌어 주는 거죠. 무엇보다 강호동은 체력이 좋아요. 그런 장점이 있기에 정말 훌륭한 토크쇼 MC인 거죠. 세상에 모든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떤 경우에는 형식적으로 녹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강호동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 이야기에 푹 빠져있기도 하고, 스튜디오 MC로도 최고이기 때문에 기대가 돼요. (웃음)”
Q. 박상혁 CP의 예능 특징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르다는 점이에요.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룸메이트’ ‘불타는 청춘’ ‘섬총사’ ‘서울메이트’ 등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비슷한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같아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유사가족버라이어티’라고. 저는 낯선 사람이 나의 공간에 들어와서 관계를 맺어 나가는 움직임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렇게 하면서 사람이 보이고 성격이 보이고 취향이 보이고…알아가는 것이 즐거워요. (웃음):
Q. 현재 올리브 채널 CP로 있어요. 채널에 대한 애정도 있을 것 같아요.
“올리브 채널에서 새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예능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좋은 선후배들과 함께 다양한 예능을 쏟아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관계’를 재미있어 하기에, 그런 식의 예능을 해보고 싶고, 다행히 여기 와서 강호동 씨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PD를 믿고 함께 해 준 것이니, 재미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려고 합니다.”(박상혁 CP)
“박상혁 CP가 온 이후로 제가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스타일의 예능을 도전하게 됐고, 그러면서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예능 안에서도 또 다른 예능을 찾아 내시더라고요. 함께 작업을 하면서 승부욕도 생기고, ‘저렇게도 풀어가 갈 수 있구나’를 느꼈어요. 정말 판을 잘 짜시고, 많이 배워요. 앞으로 함께 작업하면서 더 배우려고 합니다.(웃음)” (김영화PD)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