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올해 삼성전자 등 우리 수출기업이 이 같은 무역장벽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된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의 세부 실행방안으로 발전사업자가 아닌 일반기업이 신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그린 전력증서’ 시범 사업을 이르면 올해 시행할 예정이다.
그린 전력증서란 삼성 등 발전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일반기업이 신재생 에너지를 구매해서 쓰거나 혹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투자할 경우 이를 신재생 실적으로 인증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발전사업자가 아닌 경우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거나 혹은 구매·판매할 수 있는 길이 원천봉쇄돼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기업의 신재생 실적 요구에 우리 수출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을 해외로 옮기거나 혹은 납품을 포기해야 했다. 올해 현재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구글과 BMW를 비롯해 휴렛팩커드(HP), 마이크로소프트(MS), 나이키 등 102곳에 달한다.
그린 전력증서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지 않고도 신재생 실적을 채울 길이 열린다. 지난해 기준 RE100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보면 REC 구입을 통해 달성한 실적이 전체 2만2,971GWh의 59.6%(1만3,757GWh)에 달한다.
‘늑장’ 도입이지만 수출 대기업에는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이미 2016년 유니레버재팬이 그린 전력증서를 통해 신재생 100% 실적을 달성할 만큼 제도가 성숙해 있다.
이르면 내년 8월께 협력사까지 총망라한 온실가스 감축 이행 및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반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한 해 도미니카공화국이 쓰는 전력보다 더 많은 약 1만6,000GWh를 사용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1%(181GW)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민간기업이 신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쌓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린 전력증서가 제도화되면 재생에너지3020 계획에도 도움이 되고 민간기업도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신재생 사용 실적을 채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해외 배출권 구매 등에 써야 했던 돈도 절약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30년까지 이 비용이 최대 17조5,900억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32조원가량 들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김성수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했고 이 중 해외 감축분은 11.3%에 달한다”며 “그린 전력증서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